가을이 가네 / 이정민
봄 햇살 푸르른 날
왕벚꽃의 핑크빛 미소에
봄이 춤을 추었었던 불국사
어느 늦가을 다시 찾아가니
잎새 하나 없이 빈 가지만
허허롭다
찬란했던 봄이 보낸
초청장 받아 들고
신부인 양 고운 모습으로
핑크빛 부케 한 아름 안고
꿈꾸는 듯
황홀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다 어디로 갔단 말이냐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만 같아
그 길을 찾아가 보네
붉게 붉게 그리움 토해내며
떠나는 단풍을 찾아
소리 없이 지는 낙엽을 밟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