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 하은혜
'희끗희끗'
세월이 흩내린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그대의 손을 잡고 다시 찾은
철 지난 바다
진하게 커피향이 내린 카페에 들러
세월의 향도 함께 마셔본다
사파이어빛 보다 짙푸른 바다는
눈보다 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포효하다 뒤척이고...
간밤에 내린 눈에
바다를 끼고도는 *헌화로의 산허리도
'희끗희끗' 한데
그 가파른 곳에서 붉게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
쓸쓸한 저 겨울바다에도
파도가 잦아드는 그대와 나의 가슴에도
더 붉게 피어나리!
* 헌화로: 신라 성덕왕 때
수로부인이 바닷가 절벽에 핀 철쭉꽃을 탐냈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이때 한 노인이 그 꽃을 따서 드리며 부른 노래 '헌화가'에서 유래한 도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