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긴 안부 / 곽구비
우리의 때가 지났다고 생각했기에
그 후로 내가 쓴 편지는 수 천장 가슴에
머물도록 두었습니다
가깝던 거리가 멀어져 버린 사이
어디 우리뿐이던가 말이죠
쓸쓸함 한 줄만 노트 속에 끼어들어도
아픈 저녁이 간혹 있었습니다
그립다는 말조차도 우물거리다
삼킨 기억들이 담쟁이처럼 감겨든
시간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내면이 들끓어 몸부림칠 때면
길가에 새롭게 핀 꽃이름 벅차게 외우고
저문 시간이 남거든 콧노래 흥얼거리며
만족스럽게 살아내는 지혜도 생겨났습니다
계절이 알아서 사계의 옷을
갈아입을 때 슬쩍슬쩍 우울했지만 뭐
남들 만큼은 아니었다고 장담합니다
이제 갈수록 겨울은 모질고 힘들더니
주름으로 눈가를 칠해놓아
칙칙한 아침을 여러 번 맞았고
이제 와 그것마저 나의 시가 되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