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보내면서 / 한병진(韓秉珍)
늦가을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숲에 새가 없기로
숲도 소리를 잃었다
몇몇 손을 흔들었으나
광장 어디에도 보는 이 없었다
지하도 계단의 노파는 동전을 세고
술취한 자들이 하수구에 토액질하면
어디쯤으로 소방차들이 앵앵거리며 달렸다
이제껏
지쳤었을까
11월 마지막 밤
12월도 꿈꾸지 말자
잠결 꿈속에 위안일거라고
때묻은 베갯니에 잊혀져 간 너는
아직도 사랑으로 심장 뛰지는 않을거다
등얼미 간지러워 손길 그리워지던 날이면
빗방울이 눈물인듯 11월 기나긴 밤 지새우고
12월 대합실 벤취에 아무도 내년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