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가 많아도 잘 팔리는 포켓몬 신작, 사람들은 도대체 왜 살까?

유저들의 의견을 토대로 분석해본 '스칼렛·바이올렛' 구매 심리

오랜만에 돌아온 포켓몬 신작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하 스칼렛·바이올렛)은 11월 18일 출시 이후 3일 만에 글로벌 판매량 1,000만 장을 넘기는 대기록을 세웠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1,000만 장을 판매한 타이틀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뒤틀리거나, NPC와 포켓몬이 절벽에서 미끄러지고 화면에서 사라지는 등의 완성도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완성도가 낮다는 평가 속에서 "게임 자체는 재밌어 미워할 수가 없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시 직후 3일 동안의 판매량은 예약 판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중에는 출시 전 정보만 듣고 산 사람들도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직접 플레이한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평을 들어보지 않고, 사전 정보에 의존해 구매를 결정하게 만든 것은 포켓몬 IP의 힘일까? 아니면 <소드·실드> 등 전작 플레이 경험에서 이어진 기대감일까? 유저들의 심리를 알아봤다.



# 게임의 본질인 재미 때문에 사는 걸까? 평점은 낮아도 게임은 재밌다!


12월 7일 현재 <스칼렛·바이올렛>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썩 좋지 못하다. <스칼렛>은 전문가 스코어 73점(100점 만점) / 유저 점수 3.1점(10점 만점), <바이올렛>은 전문가 스코어 72점 / 유저 점수 3.7점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평가를 통틀어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버그와 최적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의 스토리와 연출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오픈월드 안에서 '챔피언 로드', '스타더스트 스트리트', '레전드 루트'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라이벌이자 조력자의 느낌으로 만나게 되는 네모, 모란, 페퍼는 모두 각자의 사연과 명확한 철학을 가진 캐릭터들이라서 스토리에 몰입도를 높여준다는 평가가 많았다. 버림받고 소외된 과거로 인해 삐뚤어진 행동을 하거나, 까칠한 면모를 보여주는 등 입체적인 성격 묘사가 돋보인다.

<스칼렛·바이올렛>에서 가장 입체적인 성격을 보여준 페퍼. 자신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는 부모와의 갈등이 등장한다.

편의성이 많이 개선된 것도 포켓몬 팬들로부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세대는 전설의 포켓몬인 '코라이돈', '미라이돈'을 처음부터 등장시키는데, 주인공은 이 포켓몬들 위에 탑승하여 월드를 이동할 수 있다. 수영, 활공 등의 기능도 스토리 진행 중에 해금할 수 있어 직전 작품에서는 크게 살아나지 못했던 오픈월드에서의 이동 편의성을 살렸다. 


포켓몬에게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기술머신을 얻는 방식도 쉬워졌다. 필드에서 얻거나, 거래를 통해 얻는 방법 외에도 기술머신머신(진짜 이름이다)을 통해 기술머신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다. 포켓몬이 보유할 수 있는 기술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려면 기존 기술을 잊게 만들어야 한다. 잊은 기술을 다시 배우는 '기술 떠올리기'도 이번 작품에서는 포켓몬 상태창에서 쉽게 진행할 수 있다. 

기술머신머신 등 편의성이 개선된 부분도 호평을 받았다.

이번 세대에 새롭게 추가된 테라스탈이라는 강화 방식도 호평을 받고 있다. 테라스탈을 발동하면 배틀 중인 포켓몬이 보석처럼 변하면서 강해진다. 테라스탈을 통해 타입을 바꿀 수 있어서 약점을 상쇄하거나, 자신의 속성 기술을 강화하는 전략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체육관 관장들은 자신의 대표 타입과 다른 타입을 가진 포켓몬을 꺼내고, 테라스탈을 통해 대표 타입으로 바꿔가며 전투하는 방식을 많이 보여줬다.


종합해보면, 매력 있는 캐릭터 스토리와 연출, 개선된 편의성, 강화된 전략성이 '<스칼렛·바이올렛>이 재미있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테라스탈 시스템도 배틀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 그러나 그 단점들이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포켓몬은 포켓몬끼리 비교할 때만 갓겜이 된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매번 아쉬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포켓몬 시리즈에 지친 팬들이 자조적으로 쓰는 문장 중 하나다. 이번 <스칼렛·바이올렛>도 프레임 드랍과 버그들로 인해 평가가 좋지 못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움직임이 버벅거리거나 끊기는 것은 기본이고, NPC나 환경 요소들의 프레임은 이보다 더 떨어져서 전체적인 게임의 인상을 크게 저하시켰다. 

맵이 깨지거나 벽이나 바닥으로 통과하는 현상도 자주 발견됐다. (출처: 트위터 @pkmn_ty)
버그로 인해 캐릭터가 왜곡되는 현상도 있었다. (출처: 트위터 @t_a_b_e_r_u)

각종 버그도 마찬가지다. 실망스러운 유저 점수가 보여주듯,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칼렛>과 <바이올렛>의 판매 가격을 의심케 하는 수준의 버그가 여럿 보고되고 있다.


그래픽이 깨져서 캐릭터 몸의 일부가 꺾이고 왜곡되거나, NPC나 포켓몬이 유령처럼 공중에 떠다니는 경우가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경사진 맵에서 바닥이나 벽 사이로 캐릭터가 빠져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닌텐도와 주식회사 포켓몬 측에서는 1.1.0 패치 노트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라는 입장을 냈다.


아이러니한 지점은 <스칼렛·바이올렛>을 플레이한 적 없는 유저들도, 이번 신작에 대해 질문하면 버그, 오류, 프레임 드랍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구매하지 않은 유저들도 이 정도의 관심은 있다는 뜻으로 포켓몬스터 IP의 영향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캐릭터의 눈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출처: 트위터 @kocha8164)
캐릭터의 신체가 뒤틀리거나 회전하는 버그도 있었다. 팔꿈치로 박수를 치는 모습 (출처: 트위터 @LaidbackStrat)

이번 시리즈를 내놓을 때 닌텐도가 자부했던 '오픈 월드에서 원하는 이야기부터 진행 가능하다'는 부분도, 적의 레벨은 고정되어 있어서 '반쪽짜리 자유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적정 레벨에 맞춰 진행하면 원하는 순서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옅어지고, 원하는 순서대로 진행하기 위해 레벨업을 하고 나면 이후에 진행할 지역에서 난이도가 급감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편, 일명 본가 작품이라고 불리는 타이틀은 스위치 독점 발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쉬움을 사고 있다. 그래서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유저들은 "스위치도 없는데 무슨 포켓몬을"이라는 반응을 먼저 보인다. 스위치 미보유 유저들은 모바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포켓몬 GO>와 <포켓몬 유나이트>로 눈길을 돌리기도 한다. 



# 왜 구매하고, 왜 구매하지 않았을까? 유저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취재를 위해 총 5명의 포켓몬 애호가를 인터뷰했다. 1명은 게임을 사서 엔딩까지 본 유저, 1명은 구매 예정인 유저, 3명은 관심은 있었지만 구매하지 않은 유저들이다.


유저 A(20대 중반 남성)는 닌텐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출시 직후 자정에 바로 <스칼렛·바이올렛>을 구매해 엔딩까지 플레이했다. "발매일 당시에도 이번 세대 전설의 포켓몬이 우습게 생겼다거나 세대가 지나도 그래픽 발전이 없다는 등의 악평을 들었지만, 포켓몬 시리즈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구매 결심에는 영향이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저 A는 본인의 수능 시기에 발매된 7세대를 제외하고 모든 세대를 플레이한 포켓몬 팬이다. 유저 A는 전작에 비해 이입하기 쉽고 가벼운 스토리, 높아진 자유도, 개선된 편의성 등을 <스칼렛·바이올렛>의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으로는 프레임 드랍과 오류, 레벨 스케일링의 부재, 긴 로딩과 부실한 그래픽을 언급했다. "필드에 비가 오면 프레임 드랍이 심해졌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미리보기도 긴 로딩이 수반됐다"라고 지적했다.

유저 A는 날씨가 바뀌면 프레임 드랍이 심해진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많았다던 유저 A

유저 B(30대 중반 남성)는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썬·문> 이후 포켓몬 시리즈를 사지 않았다. "체육관에 도전하고 경기를 진행해 챔피언 달성하고 끝나는 동일한 패턴이 매 시리즈 반복되는 게 지겨워졌다"라고 말했다. "포켓몬은 매번 스킨만 바뀐 채 나온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레벨업을 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언급했다. "직장 생활 등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이후로 긴 시간을 투자해 여러 포켓몬을 키울 바엔, 다른 게임을 하게 됐다"라고 했다. 젤다 시리즈의 골수팬이라는 유저 B는 최근에는 루트슈터 장르를 즐긴다고 한다. "포켓몬 신작 발매 전후로 정보 공개가 될 때, 대략적인 콘셉트를 듣긴 했지만 이미 한번 떠난 관심이 쉽게 돌아오진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유저 B는 레벨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유저 C(20대 후반 남성)는 <포켓몬 GO>를 몇 년째 플레이하고 있지만 본가 시리즈는 하지 않는다. 이번 <스칼렛·바이올렛>에 관심은 있었지만 구매하지 않았다"라며 "<포켓몬 GO>로 충분히 잘 즐기고 있기 때문에 굳이 돈을 써가며 플레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1~3세대 근본 타이틀의 추억들과 다년간의 <포켓몬 GO> 플레이로 어떤 포켓몬들이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스칼렛·바이올렛>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라고 했다. 또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도 구매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라고 유저 C는 언급했다.

유저 C는 <포켓몬 GO>로 이미 포켓몬을 충분히 잘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저 D(20대 중반 여성)는 포켓몬을 좋아하지만, 이번 <스칼렛·바이올렛>은 구매하지 않았다. 1~3세대 타이틀과 <레전즈 아르세우스>를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유저 D는 "이번 신작을 사볼까 고민했지만, 캐릭터와 그래픽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유저 D는 스위치 본체를 두 대나 가지고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섬 하나를 완성하면 또 다른 섬을 꾸미는 것을 즐겼다"라면서, "포켓몬 신작도 귀여움과 근본만 있으면 샀을 것"라고 응답했다. "예전 세대 포켓몬들이 일부만 등장하는 시스템이 아쉬웠으며, 새로 나온 포켓몬들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의견이었다.

유저 D는 테라스탈을 포함해 9세대 디자인이 본인 취향은 아니라고 했다.

유저 E(20대 중반 여성)는 "다음주에 일본 여행을 가면 <스칼렛·바이올렛>을 구매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스위치로는 <레츠고 피카츄·이브이>를 모바일로는 <포켓몬 GO>를 플레이했던 유저 E는 처음에는 <스칼렛·바이올렛>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들의 꾸준한 추천으로 구매를 결심하게 됐다.


"전작들보다 괜찮은지 정보를 찾으며 유튜브와 리뷰를 보고 나니까, 그래픽이나 디자인이 생각보다 본인의 취향에 맞아서 구매하고 싶은 의향이 생겼다"라고 했다. 유저 E도 포켓몬을 좋아하는 이유로 귀여움과 추억을 꼽았다.

유저 E는 9세대 스타팅 포켓몬들이 귀엽다고 언급했다.



# 그래서 결론은... '판도라의 상자'


유저 인터뷰를 종합하면, 포켓몬 특유의 밝은 분위기의 모험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큰 매력으로 다가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젤다의 전설>이나 <동물의 숲> 등을 좋아해서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는 유저들은 포켓몬 신작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졌던 것도 특징이었다. '1~3세대', '근본', '추억'이라는 단어들도 공통적으로 익숙한 포켓몬 IP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단어였다.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포켓몬빵 품절 대란만 봐도 포켓몬 팬의 연령대는 굉장히 넓고 고르게 분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손에 남는 건 조그만 씰이 전부였지만, 새벽마다 편의점을 순회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로 다들 큰 관심을 보였다. 닌텐도도 이러한 폭넓은 선호를 의식해 <포켓몬 스마일>이라는 아이들을 위한 양치질 게임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여전히 어린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포켓몬. 그래서 양치질 앱이 나오기도 했다. (출처: 포켓몬 컴퍼니)

포켓몬 시리즈가 온라인 배틀, 레이드 배틀 등을 지원하긴 하지만, 스토리만 진행해도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통해 포켓몬이라는 IP에 대한 친숙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유저에게 포켓몬 신작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았다. 같은 스위치에서 발매한 전작인 <소드·실드>와 <레전즈 아르세우스>보다 퇴보한 최적화와 완성도도 지적됐다. 차기작이 나왔을 때 이번 작품은 최적화와 완성도가 괜찮을지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포켓몬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여럿이 레이드를 할 때든 혼자 스토리를 진행할 때든 포켓몬이라는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이제 포켓몬은 '판도라의 상자' 같은 느낌의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얼마나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제공받느냐도 중요하지만,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에서 모두)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해보자는 마음이 더 커진 타이틀이 된 것이다. 주기적으로 꾸준히 정식 타이틀이 나오고 있는 것도 포켓몬 시리즈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다음 작품이 나올지 안 나올지 불투명한 IP도 아니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이 '판도라의 상자'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다음 세대 작품이 발매돼도 퀄리티와 무관하게 출시 전후로 많은 관심이 쏟아지리라 추측해본다. 판매량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스칼렛·바이올렛>이지만 게임의 평점을 비롯한 이미지 면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차기작에서는 보완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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