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인 일본 음반시장, CD는 더 팔리고 디지털음원 판매는 감소하는 역주행의 이유

일본은 세계 2위의 음반시장입니다. 디지털음원이 아닌 CD만을 놓고 보면 미국을 제치고 1위입니다. MP3와 스트리밍이 전 세계를 잠식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CD를 삽니다. 애플이 U2 신보를 아이폰 라이브러리에 쑤셔넣는 상황에서요. (전 시간이 흘러 역사가들이 현대 음반시장의 종말 시점을 찾는다면 이 사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일본저작권협회에 따르면 2009년 일본에서 온라인 음원 매출액은 약 1000억엔이었는데, 2013년에는 이보다 60% 폭락한 400억엔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음원 매출액은 2700억엔이었는데, 이 중 CD 판매가 전체의 85%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상황에 비교하면 완벽한 역주행이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흔히 일본인 특유의 수집욕구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의 악수회나 사인회 참가권을 CD에 끼워 판매하는 판매수완이 등장해 실물 음반의 수요를 크게 늘렸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이유입니다. 그런데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최근 오리콘차트 CD 앨범 판매량을 보면, 타케우치 마리야의 앨범 ‘TRAD(사진, 9월 10일 발매)’가 9월 15~21일 총 4만8697장이 팔렸습니다. 아무런 ‘아이돌 같은’ 행사를 열지 않는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이 말이죠. 일본 음반업계의 지속적인 CD 강세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음원공급자인 기획사와 음반사, 제작자들의 성향입니다. 일본 음악업계 관계자들은 모두가 “디지털 음원시장을 그리 희망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음원 보급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수익화에 대한 전망 자체가 비관적이라는 이야깁니다. 실제로 일본 아이튠즈 스토어나 아마존재팬에 들어가보면 디지털화 되지 않은 음반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예 내놓지를 않는 거죠. 또는 좀 더 늦게 내놓는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타케우치 마리야의 TRAD 앨범은 아이튠즈에선 CD보다 보름 이상 늦은 26일 릴리즈 됐습니다. 덧붙여 일본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노래 1곡당 가격은 대부분 250엔, 앨범 가격은 10곡이 들었다고 가정할 때 2100~2300엔 안팎입니다. 노래 3~4곡이 들어 있는 싱글앨범(약 1000~1300엔이나 풀앨범(3000엔 수준)에 비해 조금 저렴하긴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나오는 앨범 대부분은 뮤직비디오나 특전 영상이 담긴 DVD가 따라옵니다. 여기에 이벤트 참가권이나 굿즈 응모권까지 포함되어 있고, 타워레코드나 HMV 같은 대형 레코드점에서는 포인트카드를 통한 환원에 자체 사은품까지 마련하고 있으니 구태여 가사집이나 화보도 없는 디지털음원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타케우치 마리야의 새 앨범을 예로 들면, 초회 한정판의 가격은 아마존재팬 기준 CD가 2945엔, 아이튠즈스토어에서는 디지털 앨범이 2800엔인데 CD에만 수록된 곡이 1곡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CD를 사면 6곡의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영상이 담긴 DVD까지 주니까 어지간해선 디지털음원을 사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마련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소니가 실시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뮤직 언리미티드’를 내놨지만 반응은 저조합니다. 사용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월 1000엔인 이 서비스가 ‘비싸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빌려 듣거나 리핑을 하려면 일본 전국 어딜 가나 있는 ‘츠타야’ 같은 음반대여점을 이용하는 게 더 싸다는 평가입니다. 위에 쓴 공급자들의 ‘반 디지털’ 성향 탓에 스트리밍으로 제공되지 않는 음원이 많은 이유도 있고요. 이런 시장구조가 지속되다 못해 점점 CD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일본 음반시장의 현황을 보면, 어쩌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CD가 나오는 나라는 일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건 CD가 팔리는 상황이란, 바닷가의 모래만큼이나 많은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그나마 희망을 줍니다. 1회성 소비를 위한 댄스나 일렉트로닉(물론 이 장르의 작품성을 저는 존중합니다) 뿐 아니라 록밴드나 포크송가수도 ‘음악만 좋으면 CD가 팔린다’는 꿈을 갖게 하죠. 그런 구조가 결국은 음반시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트리밍 잘 되고 실검 오르는' 음악 만들기가 아니라, 'CD로 소장하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는 접근법 자체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그 꿈이 제법 자주 이루어지는 걸 보고 있자면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From Tokyo 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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