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시가 내게로 왔다

시 읽기 좋은 계절, 가을. 한편의 시 같은 소설을 만났다. 잔잔하고 아름다우며 유쾌한 소설. 시(詩)와 바다와 자전거가 있는 이야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다. 칠레의 작은 마을 네르가.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어부가 되기 싫다는 이유'와 '자전거가 있다는 이유'로 우편배달부가 된다. 그가 맡은 임무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매일 편지를 배달하는 일. 마리오는 이 기회에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위대한 시인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편지를 배달하러 갈 때마다, 시인과 친분을 쌓을 기회를 엿보곤 했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매번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평소와 달리, 시인은 마리오 앞에서 한 통의 편지를 개봉한다. '기회다!' 싶어 마리오는 시인에게 말을 건네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 풀이 죽은 마리오는 멍하니 하늘만 쳐다봤고 그 모습을 본 시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슨 일 있나?"라고 물어본다. "무슨 일 있나?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아니, 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 "마리오. 온갖 메타포(각주1)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야."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시인의 말을 들은 마리오는 "제기랄 나도 시인이나 되었으면"이라고 말한다. 시인이 그 이유를 묻자 마리오는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라고 답한다. 시인은 마리오에게 '시인이 되고 싶거든 해변으로 가서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메타포를 만들어보라'고 말한다. 시인의 말대로 마리오는 바다로 향하지만, 그는 메타포를 만들어내지 못 한다. 바다는 그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마리오는 바다의 소리를 듣지 못 했다. 화가 난 그는 주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마리오는 그녀를 꼬시기 위해 시인에게 그녀를 위한 시를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시인은 시를 써주는 대신 시를 쓰는 법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 방법은 '대상을 이해하기'다. 그날 이후 우편배달부는 조금씩 자신만의 메타포를 만들어가며 시인이 되어간다. 누군가 내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한줄평을 말해보라고 하면, 고민하지 않고 "졸라 짱!"이라고 말하겠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진짜 졸라 짱이다. 재미ㆍ유쾌함ㆍ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화ㆍ수많은 메타포. 그야말로 짱인데, 그중 백미는 역시 메타포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는 유난히 아름답고 재치 있는 메타포가 많이 나온다. 말 나온 김에 메타포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자. 메타포는 시인이나 카피라이터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일반인들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많이 사용하지 못 한다. 어떤 사물에 대한 메타포를 만들기 위해선 '잘 듣고 잘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눈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않고, 귀가 있어도 제대로 듣지 않는 일반인들이 메타포를 만들기는 솔직히 좀 어렵다. 메타포를 만들려면 대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니, 생각해보니 메타포를 만든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세상 만물이 건네는 말을 경청하고 요리조리 뜯어 보는 과정을 거친다면 메타포는 저절로 튀어나올 테니까. 마리오도 처음엔 메타포를 억지로 만들려고 했다. 대상에게 귀를 닫고 눈을 감고 메타포를 만들려고 하니, 만들어질 턱이 있나. 그러던 어느 날 마리오는 바다가 건네는 소리를 듣게 되고, 매일 똑같다고 생각했던 바다의 모습이 매 순간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입에서 메타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시인의 눈과 시인의 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마리오는 조금씩 시인으로 변해간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우편배달부가 시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가 마리오에게 찾아온 후, 마리오의 지겨운 일상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세상이 낭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깨달은 그는, 자신이 느낀 바를 시로 써 내려가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비록 월급이 지랄 같다고 해도 말이다. 소설을 읽다 문득 느낀 건데, 우리네 일상은 지겨움으로 가득 차 있다. 쳇바퀴 도는듯한 틀에 박힌 하루하루. 대체 낭만은 어디에 있을까? 행복은 무엇일까? 어쩌면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구름의 움직임, 온몸을 휘감는 바람, 풀꽃을 스치는 나비, 아내의 주름살, 저녁밥, 소주잔... 아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경이로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들을 자세히 보자. 그러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자신만의 메타포를 만드는 연습을 해보자. 시가 당신에게 찾아오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일상은 낭만으로 가득 찬다. *밑줄긋기 ㆍ"선생님은 온 세상이, 즉 바람, 바다, 나무, 산, 불, 동물, 집, 사막, 비..." ​ "...이제 그만 '기타 등등'이라고 해도 되네." "...기타 등등!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루다의 입은 턱이 빠질 듯이 떡 벌어졌다. "제 질문이 어리석었나요?" "아닐세, 아니야."​ - p.32 ​ ㆍ"유식한 척하는 양반, 유물론자가 뭐요?" 코스메가 입에 거품을 물고 말했다. "장미와 통닭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할 때 항상 통닭을 잡는 사람이죠." - p. 103 ​ (각주1) 메타포는 은유를 뜻한다. 비유가 "A는 B 같다."라고 말하는 거라면, 은유는 "A는 B다."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는 정(精)입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소개팅남 완전 폭탄이야."같은 표현들이 바로 은유다. 주로 시(詩)나 광고에서 많이 쓰이는 수사법이다. ㆍ자세히보기 http://blog.naver.com/sniperhu/220141307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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