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시편生涯詩篇 22

희끗희끗한 머리의 점잖은 노시인이

상기된 채 수화기 너머의 소년에게 말했다.


넌 시인이 될 거야.

아니, 이미 돼있어. 이미.


장관이라 할 노을이 펼쳐져 있다.

어차피 그대로 담을 수 없어서 사진을 찍으려던 손을 거둔다.

렌즈가 아닌 눈으로 아낌없이 담고 잊어버린다.


너무 슬퍼 말라고.

몇 발짝 더 걸어오면 알게 될 것이라고.

네가 이곳에 오면 나는

네가 떠나온 그곳에 가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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