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ay 33. Arzua -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까지 D-2. 어제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무리해서 빠르게 걸은 탓일까? 8시 쯤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아니면 산티아고에 조금이라도 천천히 도착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어떤 이유건 조금 더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일어나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기상을 했다. 세면 후 출발 준비를 마치고, Kirsten을 찾았지만 먼저 출발했는지 안보여서 홀로 출발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숲이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비도 안 오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걷기에 적당한 기온. 예이! 오늘은 순례길 위의 모든 것을 마음에 새기겠다는 한 걸음걸음마다 집중하며 느긋이 걸었다. 지도도 보지 않고 그저 성가를 흥얼거리며 유유자적 걷다보니 예전에 된장찌개를 만들어 주신 한국인 분들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 및 안부를 잠시 나누고 계속 걸으니 25km 표지석이 보였다. 앞으로 산티아고까지 25km. 기분이 묘하다. 이제는 정말 산티아고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3시간 반 정도를 휴식 없이 계속 걷고 또 걷고. 또 하나의 언덕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카페가 있어서 잠시 휴식을 하기로 결정. 이른 아침부터 온 몸이 원하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스페인 또띠야를 먹었다. 얼마 후 아스또르가에서 출발 할 때 만났던 오스트리아인 치과의사가 언덕을 올라왔다. 역시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하며 쉬고 있으니 이번에는 며칠 전 만났던 일본인 Aki가 언덕을 올라왔다. 비록 오랜 시간 함께 걸었던 그룹과는 떨어진 후 아직 다시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새로운 인연들과 계속 만나는 것이 좋다. 꽤 오래 휴식을 취한 후, 출발 전 도장을 받았는데 Alto Santa Irene란다. 어느덧 오늘 일정의 절반인 15km를 걸어왔다. 아, 이제는 정말 산티아고가 지척이구나. 다른 일행들과 쉬고 있는 Aki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출발. 커피를 마시고 배도 채웠겠다,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얼마 걷지 않아 순례길 위에서 명을 다한 한 순례자를 기리기 위한 십자가가 보였다. 아아, 산티아고를 코앞에 두고 이 곳에서 쓰러졌을 순례자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아니면 그래도 산티아고 지척까지 걸어왔음에 감사하며 생을 마감했을까?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잠시 고인을 위해 기도를 하고 계속 길을 가다보니 이번엔 버거킹을 패러디한 지저스킹 스티커가 보였다. 세상엔 참 기발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서 피식 웃었다. 스티커를 지나고 숲길을 지나 여러 마을을 지나고 있으니 날씨가 점점 개더니 해가 쨍하니 떴다. 산티아고에 오는 것을 하늘이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중간에 멋들어진 표지석도 지나 공항 변두리에 휴식하기 좋은 장소를 발견해서 점심을 먹으며 다시 휴식을 취했다. 따사로운 햇볕아래 가방과 외투, 모자를 말리며 땀을 식히니 온몸이 나른해졌다. 한 시간 정도 쉬고 있으니 저 멀리 Aki가 걸어왔다. 오전에 함께 있던 일행들은 그 마을에서 묶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때부터 Aki와 함께 걷기 시작. Aki의 배낭이 보이지 않아 믈어보니 발목이 부어 택시를 통해 Monte do Gozo로 보냈다고 한다. 서로 순례길을 걸으며 느낀 점들과 인상 깊었던 경험, 하는 일, 여행지 등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남은 거리를 표시해주던 표지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산티아고가 지척이구나. 이 생각을 오늘만 몇 번째 하는지. 아직도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면 무슨 느낌이 들까? 나는 순례길를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과연 나는 도착 할 준비가 되었는지 등등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몬떼 도 고조에 도착했다. 언덕 위의 멋진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풍경과 멀리 보이는 산티아고를 감상하며 숨을 돌렸다. 원래는 오늘 이 곳, 몬떼 도 고조에서 묶을 생각이었으나 저 멀리 보이는 산티아고의 모습에 그리고 나를 환영하는 듯 맑고 푸르른 하늘에 못 이겨 산티아고까지 계속 걷기로 결정했다. Aki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출발! 산티아고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하자 발걸음도 절로 빨라지기 시작.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고, 이렇게 끝나는게 아쉽다고 아우성치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들뜬 마음에 속도를 줄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티아고 입구의 템플기사단 동상이 보였다. 아, 산티아고! 산티아고 시내를 가로질러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모든 순례자들의 종착지인 대성당의 종탑이 저 멀리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다. 눈물이 흐르지도, 가슴이 벅차오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온 듯한 느낌. 그래서 한동안 그저 멍하니 대성당과 주변을 바라보기만 했다. 기뻐하는 순례자들, 눈물을 흘리는 순례자들, 그리고 나처럼 허망한 표정의 순례자들. 순간 순례자 사무소가 문을 닫기 전에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사무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사무소에 도착했는데, 줄이 엄청 길었다. 30분가량을 기다려서 순례 증명서를 받으니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기분은 여전했다. 그래서 Finisterra까지 계속 걷기로 결심하고 지도를 받았다. ‘세상의 끝이라는 의미의 피니스테라에 도착하면 무언가 다른 느낌이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며. 지도를 받고 바로 알베르게로 이동했다. 산티아고 시내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위치한 멋진 건물의 알베르게. 멋진 경치와 웅장한 알베르게에 감탄을 하며 기분이 좋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수도원에서 운영함에도 아주 돈독이 오른 듯한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와이파이도 유료(심지어 15분 단위로), 시내의 자판기보다 비싼 자판기, 그동안 지나온 어떤 슈퍼보다 비싼 숙소 내 슈퍼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다 돈이었다. 괜히 이 알베르게로 왔다는 후회가 들 정도. 어쨌든 이미 7시 반이 다 되가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샤워를 하고 바로 식당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와이파이를 찾아 시내로 출발. 문득 내일 오전 순례자 미사를 드리기 위해 짐을 맡길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관광안내소부터 들렸지만,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별 수 없이 바로 가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Elena와 Elizabeth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러다보디 어느덧 벌써 9시 45분. 바로 알베르게로 돌아와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아직 나의 순례길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며 무시아와 피니스테라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보며 잠을 청한다.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1년 간의 유럽여행 그 일상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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