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 한, 그나마의 짧은 대화도 거의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근처에 있을 때, 가만히 보고있으면 단지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나 피곤해보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느껴지는 몸짓, 하루 두번즈음 자아내는 미소는 볼때마다 약간의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 더욱이 눈빛이라도 마주치게 되어, 나도 모르게 눈동자 깊은 곳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의 영혼이 그 무게에 못 이겨 주저앉을것 같은 상실감과, 내가 무엇을 잃어 버렸는지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는 허무감이 내 위를 천천히 덮어온다.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어떤 곳에서 지냈을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없이 떠올랐다. 내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은 정말...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독한 삶일 것이다. 진정한 어둠 속을 한결같이 지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