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타 브루크너, <호텔 뒤락> - 노처녀 대신 골드미스라 불러다오

http://blog.naver.com/sniperhu/220148778350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했던 부서에 노총각 선생님이 있었다. 그는 서른 여섯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갔는데, 다행히 5월 어느 날 맞선을 통해 운명의 여인을 만났다. 그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르게 결혼 날짜를 잡았다. 며칠 후 나는 그에게 "선생님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는 웃으며 "그래 이제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그분 사랑하세요?"라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사랑에 확신이 없는데 어째서 결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일단 외롭잖냐. 친구 같은 사람과 함께 살면 나름 행복할 것 같아서 결혼하는 거지. 근데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시선 때문이야. 너가 내 나이까지 결혼 못 하면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야. 너도 서른여섯이 넘도록 결혼 못 하면 사람들이 어딘가 모자란 놈으로 볼거야. 그리고 집에서는 얼마나 난리인지 아냐?" 당시에는 아직 어렸기에(?)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 했다. 하지만 애니타 브루크너의 <호텔 뒤락>을 읽고 그의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호텔 뒤락>의 주인공 '이디스'는 스스로의 삶에 만족했다. 그녀는 경제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를 즐기며 살았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못했기에 '비정상' 취급을 받곤 했다. 그래도 그녀는 '일단 결혼하고 보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꿈꿨기 때문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일단 결혼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남자가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청혼을 한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청혼을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결혼식 날이 됐다. 결혼에 대한 신념이 무너졌다는 마음에 그녀는 결혼식이 열리는 시간까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된거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예식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녀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예식장으로 가지 않은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졸지에 비웃음거리가 된 그녀는 도망치듯 '호텔 뒤락'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혼 이전과 이후의 사회적 위상이 달라진 여인들을 보며 '능력이 있으면서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된 자신의 위치에 혼란을 느낀다. <호텔 뒤락>을 읽을 때 한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이다. 인간 개개인은 사회 속에서 타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 사회에는 수많은 룰과 관습이 존재하는데, 그 룰과 관습을 어기면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 결혼도 사회의 관습 중 하나다. 혼자 힘으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독신 주의자들, 그들은 결혼하지 않았다는(또는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 취급을 받기도 하지 않던가. 이들이 정상인 취급을 받고자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혼을 해야만 한다. 이디스는 사회적 관습을 거부하고자 했다. 그녀의 모습은 니체가 말한 '주인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니체는 사회적 관습이 어떻든간에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고유한 나(주인)'로 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남들의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기준대로 살라는 말이다. 그런데 고유한 나로 사는 건 말은 쉽지, 사실은 어렵고 고독한 일이다. 주인의 삶을 살다보면 의도치 않게 아웃사이더가 될 수도 있다. 고유한 나로 살기위해선 부득이하게 사회의 관습과 부딪쳐야만 할 때가 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라는 이디스의 생각이 '결혼해 아이를 낳은 여자는 정상이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관습과 부딪치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적 동물이길 포기하지 않는 이상 '고유한 나'로 살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타인과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주인의 삶을 포기하고 사회적 동물의 삶을 택한다. 문제는 사회적 동물로 사는 것도 꽤나 피곤하다는 점이다. 타인들의 시선과 사회의 룰ㆍ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관습을 어긴 사람들 또는 사회적 관습을 못 지킨 사람들. 그들은 노총각ㆍ노처녀라는 치욕적인 호칭으로 퉁 쳐지곤 한다. 그들이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해도, 주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결국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불쌍한' 노총각ㆍ노처녀로 정의 내려진다. 그들은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철저하게 평가 절하된다. 솔직히 결혼 좀 못하면 어떻고, 결혼 좀 안 하면 어떤가. 어째서 결혼 유무가 인간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걸까? 결혼은 하나의 사회적 제도일 뿐이지,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아닌데 말이다. 딱한 일이다. 이디스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지리 반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는 사회의 관습과 정 반대에 서 있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더라도 주인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이디스라면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노처녀 대신 골드미스라 불러다오!" ㆍ자세히 보기 http://blog.naver.com/sniperhu/220148778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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