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그 이름의 담담함...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다....


한강의 2021년 작품이다. 2020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에서 이어지는 장편소설일까?


2014년 그 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을 내고 두 달 후 꾸기 시작한 꿈, 사 년이 흐른 시간, 2018년 여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 도시의 학살이란 '광주 항쟁', 책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일컫는 듯. 시기적으로 맞다. 무척이나 무더웠던 2018년 여름이 시간적 배경이고, 이 이야기가 기록되는 시점은 2019년이다.


작가는 1980년 당시 광주와 무관치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작가에겐 1980년은 모든 시작이고 과정인 것 같다. <소년이 온다> 이후, 1980년 광주를 기억하는 소설이 또 나오게 된 것이... 5.18에 얹힌 4.3이랄까...


(p25 에서...) 역시... 단편 소설 '작별'에 이은 장편이구나... 이 소설에서 이전에 쓰여진 단편 '작별'은 미지의 누군가에게 발견될 유서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유서를 쓴다는 설정.


무덤 위로 꽂힌 통나무, 그 위로 쌓이는 눈의 결정結晶.

수백 년 동안 내릴 듯한 눈. 그 의미와 상징들?


(p29 에서...) 플라타너스를 '버즘나무'라 하는 모양. 버즘나무과가 있다. 껍질이 벗겨지는 플라터너스 같은...


(p73 에서...) 제주 방언의 원리랄까? 바람 쎈 제주의 말은 바람 소리가 말의 끝을 호려 놓는단다. 그래서 어미들이 짧고 쎄진 거겠지? 하자-핸-하멘-하잰. 음... 어미의 사용법이 궁금하군...


(p84 에서...) 인선의 엄마는 제주 4.3사건의 유족이었던 거다. 그녀의 엄마가 보았던 주검 위로 내린 눈이 녹지 않는 것을 보았던 그 날이, 꿈 속 아이 인선의 얼굴에 눈이 녹지 않았던 기원이었다. 꿈 속에서 딸 인선의 사고를 선몽하였던 것. 작가가 쓴 비유의 개연성이 보여 이야기 디테일을 확인하는 대목이랄까. 한강의 장점이기도.


한강이라면 단어 하나에도 의미를 생각할 것이다.

1장 새, 1절의 결정, 2절 실, 3절 폭설, 4절 새, 5절 남은 빛, 6절 나무. 2절의 실... '실'은 왜? 봉합한 손가락의 실일까, 이어진 내력이 실일까? 아니면 말려 올라갈지도 모를 신경줄이 실일까? 손의 생사여탈권, 손이 하는 일의 생사여탈로써의 실일까?


(p93 에서...) 작가의 눈 결정에 대한 지적 서술이 흥미롭다. 하나의 눈송이에는 먼지나 재의 미세 입자가 있단다. 그에 응결해 만들어지는 눈송이. 우리는 그저 깨끗하다고 예쁘다고 생각해온 눈 결정의 본질이랄까? 그 무엇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는 것. 어쩌면 삶이란 차악을 선택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시크릿가든> 주원(현빈 역)의 대사, '그것이 최선입니까?'라는 물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당시는 재미있을 뿐이었는데... 시간과 직.간접 경험은 늘 재해석을 낳는다.


(p109 에서...) 새에게는 장기 중 제일 큰 '기낭'이 있다고 하고... 뼈도 구멍이 뚫려 있어사 가볍단다. 그래서 잘 날 수 있는 듯...


2장 밤, 1절 작별하지 않는다, 2절 그림자들, 3절 바람, 4절 정적, 5절 낙하, 6절 바다 아래

'작별하지 않는다', 아프고 담담하고 애잖하고 무겁고 그래서 버겁고, 그렇지만 견뎌야 하고 순응해야 하고 직시해야 하고 간직해야 하는 것으로부터의 작별이기에 작별하지 않아야 하는. 작가에겐 5.18이 그랬고, 4.3이 그랬고 4.16 세월호가 그랬던 거. 이제 10.29 이태원도... 작가에게 그렇듯 우리에게도... 작가는 화자 경하를 통해 '완성되지 않는 작별'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작별에서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는 듯, 매 순간 아파야 한다는 듯...


3장 불꽃, 결국 눈처럼 사그라지지만 다시 핀다. 눈이 다시 내리듯


... 한강의 소설은 아프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는다. 그것도 묵직하게. 아픔의 비유, 희망은 은유, 생 그 이름의 담담함. 아픈데 아프지 않고, 슬픈데 희망이 담겼다. 외면하고 싶지만 따스하고, 무겁지만 꽃잎 폴폴 날리는 봄이 있다. 눈처럼 차갑지만 솜처럼 포근하다. 그녀의 글이 내겐 항상 그렇다. 지금을 살면서 길을 잃을 때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오솔길 끝에 출구가 보인다. 그리고 옆에 동지가 있다고 기대어 보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 숲 속 오솔길에 나 혼자일지라도...


__________

경하 - 화자인 나, 소설가. 중학생 딸이 있다. 별거 상태

인선 - 사진 프로덕션 소개 사진가. 경하와 동갑. 사 년전 어머니를 여의고 제주 중산간 거주

아마와 아미 - 인선이 키우는 앵무새 두 마리

강정심 - 인선의 엄마

강정숙 - 인선의 이모, 엄마의 네 살 위 언니

강정훈 - 인선의 외삼촌, 엄마의 일곱 살 위 오빠


__________

버즘나무 - 플라터너스 같은 종류의 나무 과

화목 난로 - 나무로 때는 난로

격절 隔絶 - 사이 격, 끊을 절

선득하다 - 선뜩하다, 산득하다, 산뜩하다. '선득'과 '산득'의 차이는?

체머리 - 병적 현상, 또는 그런 머리

섬망 - 섬망이 현실 속이라면... 선몽은 꿈 속이랄 수...?

연니軟泥 - 연한 진흙

사진, 역사, 건축, 문학을 아우르는 여행자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