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젠 울어도 되나요 / 이진섭
반가우리만큼 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나의 검은 머리카락 스치며
널브러진 두 어깨를 지나쳐
땅바닥에 뚜두둑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밤하늘은 더욱더 어둠을 삼켰습니다.
밤안개 사이로 깜빡 거이며
불그스레 물들어버린 네온 사인은
떨어진 빗방울에 기대어 반짝이고,
오래전 죽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자동차에 밟히고 경적에 놀라며
이 생명 끊어져 버릴 때까지
흐드러지듯 저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잠시 내려앉은 별꽃은 흩날리고
발밑에 놓인 차가운 방울소리가
톡톡톡 사그라들며 눈꺼풀 내려도
결코 피어나는 봄엔 잠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