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김용택

봄비 / 김용택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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