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 / 곽구비
중년까지 끌고 온 삶에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르자 옅은 바람이 일어나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알맞은 봄이다
사람 일은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한 나이
자연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부터
사는 일에선 여유로워진다
어둠이 찔레꽃 가시를 넘었거나
탱자 가시에 찔리지 않고 월담한
달님이라던지 엉뚱한 글쓰기를 위해서다
한 주먹씩 노을을 삼키다 토해 낸 구름의
장난으로 조금씩 해가 길어진다
재밌는 말을 꾸며내 짐짓 딴청 하고 나면
사람들이 웃어주는 모임 중에도 나는
벚꽃이 한꺼번에 떨어지지 말기를 염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