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기다린다 / 김용택
산외 지나면 산내다
산외에서 산내 가는 길
몇 개의 인적 드문 마을에
살구꽃이 지고
먼 산에 산벚꽃 지더니
지금은 감잎이 핀다
뭐 하니?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 곳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 밤 나도 마당에 내려서서
호주머니에 두 손 찌르고 서성인다
텃밭에 마늘같이 고르지 못한 이 하루의 생각들을
무슨 말로 정리하랴
어두워도 보이는 얼굴이 있을까
어둔 산 쪽을 바라본다
기다리는 것들은 오지 않음을 알면서
나는 산을 기다린다
산외 지나
산내다
산내에서 너 있는 곳 산외다
산 밖에서
그리운
산 본다 서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