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밑줄 / 한영미

벚나무 밑줄 / 한영미​


느짓느짓 가지가 그어져 있다

어제와 오늘이라는 만연체의 꽃들이다

부풀렸던 봉오리에서 빠져나간 자리마다

욱신거리는 연분홍이 해끗댄다

여백을 뒤척일 때마다 조여드는 진한 향기

봄은 길길이 번지고 깊어져서야

의미를 얻는 것일까

언제나 오고 있는 것들 틈에서

나무는 밑줄을 긋고 긋는다

나풀거리는 행간을 읽는다는 것은

첫눈의 온기를 곱새기고 싶어서다

미문(美文)은 거니는 사람이 있어야

화려함을 입을 수 있고,

직유는 휘어지도록 많은 문장에서 뛰어내려야

낙화의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

햇발처럼 내리꽂힌 문장에서 긋는 밑줄은

기억하겠다는 뜻이다

다 잊은 뒤에도 봄 어딘가에

남아있을 너를,

입술에 검게 물들이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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