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결정

마음이 닳아 가고 있습니다. 부는 바람에, 내리 쬐는 햇빛에, 그렇게 그렇게 제 가슴이 바스라지고 있습니다. 사는게 지겹습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내 안에 고독이 흘러넘쳐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 멍하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저 안에 툭, 삶의 끈이 끊어짐을 느낍니다. 차라리 죽을 용기로 악착 같이 살아보지,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빈정거림은 제게 아무런 위안이나, 깨달음을 주지 못합니다. 이미 제 마음은 죽는 순간의 고통이나, 누구 대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게 됐나 봅니다. 죽음,이라는 그 아찔함도 무뎌진 제 마음에겐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일 뿐입니다. 이런 제 가슴엔 계절이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차가운 겨울 가운데 서 있습니다. 어떤 것에도 뜨거운 열정을 품을수 없는 우울한 바람 속에 홀로 서 있습니다. 그것은 이별의 독약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인 감성에 젖게 합니다. 저는 뜨거운 욕조에 몸을 뉘웁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쉽니다. 사실 제가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그새 날카로운 칼날이 내 팔목을 깊숙이 찌릅니다. '낙하하는 저녁'의 히로세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몸이 나른해 지고, 차가워 집니다. 바로 턱 밑까지 붉어진 물이 차오르지만, 제 심장은 더 이상 놀라지 않습니다. 그저 느려져만 갑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심장고동이 약해지고 조용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살아오며 여태껏 마신 술들 제 마지막 기력을 짜내어 술병을 입술에 가져다 댑니다. 투명한 술 방울이 쓰디쓴 비애가 되어 제 목구멍을 타고 넘어 갑니다. 죽는 순간에도 감정의 사치가 있다면, 그건 오직 미안함 뿐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친구들, 그리고 내 마음을 위로해줬던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를 떠나간 단 한 사랑에게는 미안하지도, 그립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 마치, 저와 못다이룬 사랑으로 해어진 것 처럼 눈물을 흘리면, 저는 무척 화가 날것 같습니다. 우리 헤어진 뒤로, 저는 그 사랑 한 순간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랑이 절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면, 저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그 사랑을 흔들고 싶습니다. 어떻게, 왜!, 도대체 우리가 이렇게 되버린 것인지, 그 모든 사랑이 다 증오가 되어버렸습니다. 혹시나 처음 사랑했을 때처럼, 지금까지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지으고 있었다면, 분명 지금의 이런 결정은 미루었겠지만, 그런 걸 그 사랑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을 만큼, 제 속마음은 아직도 배려입니다. 앞이 컴컴해 집니다. 희망이 새겨 있던 눈이 감겨 옵니다. 어느 영화처럼, 다시 눈을 뜨게 되고, 소독약이 코를 찌르고, 햐얀 불빛이 저를 비추는 가운데, 두고 떠난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게 되면 저는 정말 웃음이 나오고 말 것 같습니다. 허나, 그러지 않겠지요, 그런 기막힌 행운은 이제껏 단 한번도 저를 밟고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는 것 조차 점점 힘이 듭니다. TV를 끄듯 한 순간에 팟, 하고 꺼져 버릴 것은 두려움입니다. 다시 살수 있다면, 그때는 우울한 음악들은 듣지 말아야지. 제 심장은 이윽코 뛰지 않습니다. 차갑고, 음침한, 아늑하고, 포근한 그 어딘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은사시나무, 2005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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