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없는 절, 불명산 화암사

전북 완주에 가면 불명산이 있고, 그 기슭에 화암사라는 절이 있다. 신라 원효와 의상이 이 절에서 수도했다는 흔한 절의 기원은 특별할 것이 없겠으나, 그만한 고찰의 면모를 갖추기에 어쩌면 완벽하게 부족한 것이 있다. 이 절에는 문이 없다. 전국 명승 고찰이면 의례 있어야 하는 일주문, 사천왕문... 등등 어깨가 떡 벌어진 장정을 연상시키는 듬직하고 우람한 절집 대문이 이 절에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광해군 때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모습을 갖춘 오래된 절인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그것이 하나도 어색하거나 싫거나 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좋다. 주변 경관과 썩 잘 어울리는 절의 소박한 외관이 그러하고, 절 안으로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그 오막한 안온함이 그러하다. 어쩌면 이 절집에 일주문이나 사천왕문을 억지로 만들어 놓았다면 보기 싫은 흉물이었을지 모른다. 이 절은 그만큼 작은 절 한채 들어설 만한 공간만이 허락된 작은 기슭에 지어졌다. 절로 다가가는 길조차 잘 닦인 진입로와는 거리가 멀다. 당연히 멋진 차를 타고 입구까지 가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꼬불꼬불 경사지고 좁은 산길을 휴우~ 하고 한숨씩 들이쉬고 내쉬어 가며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절이다. 그렇게 다다른 절은 올라오는 수고가 아깝지 않을 만큼 다감하다. 절 안쪽에서 보면 대청마루 같은 느낌의 누각 우화루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여 절 내부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겸손해야만 다가갈 수 있는 절. 섣부르게 빠른 걸음으로 훠~이 둘러볼 양으로 발길을 그리로 놓는 이는 하나도 없을듯 한 절. 나는 그래서 이 절이 좋다. 대처와 가까운 곳에서 즐비한 식당들을 지나 다다르면 버스로 뿌려놓은 듯 쏟아지는 관광객들 틈바구니에서 절인지 시장 바닥인지 구분이 안되는 그런 분위기의 절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차원의 절이기 때문이다. 부처를 따르든 안 따르든 이 절에 들어선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조용하다. 감히 떠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겁게 엄숙해서가 아니라 조용한 산 속의 고요함을 깨는 실례를 저지를 만큼 과감(?)한 사람은 이 절이 주는 매력을 알리 없으므로 아예 찾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언제나 고즈넉하고, 그래서 언제나 평화로운 화암사. 시인 안도현이 '참 잘 늙은 절'이라 했다는 화암사는 정말로 그렇게 지금도 잘 늙어가고 있어 고맙다.

자유여행객을 위한 투어 & 액티비티 예약사이트 #야나트립_YANATRIP You Are Not Alone ♥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