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생각들

나는 아마 불면증 환자일 것이다. '환자일 것'인 이유는 진단을 받은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기억이 있는 아주 어릴때부터 쉽게 잠든 적이 별로 없었기에 다들 그런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게다가 아침일찍 일어나는 생활은 초중학생때가 마지막이었으므로 (고등학생땐 교내취침ㅋ) 불편함을 크게 느껴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어릴땐 잠이 안오는 밤이 좋은 적도 많았다. 밤은 온전히 내 시간이었고, 비밀이 있었던 내겐 하루 중 가장 스스로에게 솔직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맘껏 누렸고 낭비했으며 생산했다. 그러나 내겐 더 이상 비밀이 없다. 또한 온전히 내 시간이지도 않을 뿐더러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까지 생겼다. 비밀을 털어놓은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함께살며 취직을 한 것이다. 이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간은 가장 괴로운 시간이 됐다. 대신 내가 가장 괴로워하던 시간들을 좋아하게 됐으니 하루, 삶을 보면 큰 손해는 아니다. 그렇지만 잠 못 드는 시간동안만큼은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 내게서 버려지는 생각들이다. 보통 잠 못드는 그 시간동안 여러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 생각들을 '내일을 위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예전에도 생각을 실행에 항상 옮기거나 언제나 메모를 한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메모든 뭐든 '해서는 안된다' 라는 강박의 발생이다. 난 자야한다. 뭔가를 하면 잠에서 깰거야. 그래도 적어둘까? 아냐, 겨우 불끄고 누웠는데. 지금부터 자도 서너시간밖에 못잔다고. 그리고 결국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적을까 말까의 기준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이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이걸 꼭 적고 싶은가. 그리고 확신이 들면 주저하지 않고 적었다. 혹은 내 손으로 버렸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잠자리에서의 생각이란 '버려야만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버려져 왔으며, 오늘처럼, 생각을 적기 위해서는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이 필요하다. 내일은 모르겠다. ㅅㅂ 될대로 되라.. 난 내일, 아니 오늘 속초로 여행을 간다. 그런데 하필 오늘 또 버리기 힘든 생각들이 떠올라 버린 것이다. 이럴 땐 내 생각들이 내 팔뚝만한 거머리가 되어 내 위를 덮치는 느낌이다. 이불을 뒤집어 쓴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엔 항복하고 이불을 걷어버리고 메모를 한다. 몇개의 생각은 적어두었고 나머지는 그냥 버렸으며 뜻 모를 절망감에 빙글을 켰다. 절망감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더 할 수 있는 것 없는 듯 하다. 다시 잠을 청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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