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을 맞이하여 다시 떠올려보는 나의 수능날

갑작스레 닥친 한파에 오늘이 수능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나버려 나의 수능날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려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웠던 고등학교 시절은 마냥 즐거웠던 것 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 학교에는 나보다 똑똑한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전학을 가야하나..하는 생각을 수십번은 해댔던 것 같다. 그때는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었는데 죽을만큼 열심히 했던건 아니었던지 성적은 계속 잘 안나왔다. 고3 여름 즈음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끝에 수시에 올인하기로 결정을 봤다. 운이 좋았던지 아님 어딘가엔 내가 재능이 있었던건지 나는 모 (흔히 말하는 좋은) 학교의 수시 1차, 2차를 모두 통과한 우리 학교의 유일한 학생이 되었다. 담임 선생님도 부모님도 정말 기뻐하셨고 나도 불안한 마음은 물론 있었지만 그때까진 정말 잘될 줄 알았다. 수능 몇과목에서 어느정도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하는 조건부 합격이었기에 그때부터 남은 두 달동안 나는 내가 못하던 수학 등의 과목은 죄다 포기한 채 언어와 외국어에만 매달리기로 했다. 하지만 난 친구들의 싸움에, 스트레스에, 좋아하던 아이에, 불안한 미래에 자꾸만 흔들렸다. 주변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해야했던 그 짧은 시간에 어쩌면 더 불안했기에 내자신을 다잡지 못했다. 내 의지는 그것밖에 안되었나보다. 수능 당일은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자신있던 언어 영역은 생각보다 쉬워서 더 걱정이었고 수리는 공부를 안했으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점심까지 잘 먹고난 후, 평소에 잘만 하던 외국어에서 듣기가 잘 안들리면서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만큼 아쉽게 흘러가버렸다.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수능 다음날은 많이들 학교에 안왔다. 오로지 디데이를를 위해 달리던 학생들은 그 날이 지나자 목표를 잃어버렸다. 늘 같은 책만 보다 이제 볼 필요가 없어지니 무엇을 봐야할지 몰랐다. 친구들은 수험서들을 창밖으로 모두 집어던져버렸다. 그 책들이 작은 산을 이루는 동안에도 나는 나의 책들을 간직해야만 했다. 시험치고나서 뭘 하면 되다는 것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었다. 특히 망친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날까지 나를 지탱해주던 수많은 명언들과 좋은 구절들이 다 거짓말같이 느껴졌고 이제 어떡하나, 난 어떻게 되는건가 앞이 캄캄했다. 친구들과 어떤 학교에 지원해야할 지 상담을 받으러 다니면서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수능을 치고 한 달 뒤였나.. 성적표를 받아들고 집으로 향했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문을 열고.. 엄마가 보이고.. 그렇게 엄마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고는 한다. 그 때 내가 만약 원하던 그 학교에 합격을 했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상상속의 그녀 인생의 미래도 그려보고는 한다. 오늘 오전부터 평소 성적 고민을 많이 하던 수험생의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저녁이 되면 해방감에 속상함에 눈물짓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해가 몇번이나 바뀌고 어느새 나의 학력도 고졸에서 대졸로 업데이트 되었다. 그동안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재수,삼수,사수를 하는 친구들도 봐왔고 일단 학교를 들어가서 편입을 하는 친구들도 혹은 유학을 가는 친구들도 그리고 학교와 상관없이 잘 사는 친구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좋은 학교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고 그 당시에 내가 믿었던 명언과 좋은 구절들이 사실은 맞다는 것도 시간이 더 지나니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내게 인생에 갈림길이 될만한 선택은 몇 번이나 있었고 사소한 것들 때문에 또 다른 중요한 순간들에 집중하지 못한 적도 몇번이나 다시 있었다. 바보같은 실패들 속에 깨달은 것은 인생의 기회는 한번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 하지만 찾아온 기회에 얼마나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어떤 기회가 찾아오느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이나 좌절하였지만 나는 또 나의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생은 한번 뿐이지만 제대로 산다면 한번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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