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끝의 사나이들

2014 WS – 범가너 “마, 함 해보겠심더” 매디슨 범가너가 해냈다. 월드시리즈 1차전, 5차전에서 각각 7이닝 1실점, 9이닝 무실점으로 2승을 거두더니 7차전 3:2로 살떨리는 리드 중이던 5회 이틀을 쉰 채로 구원등판해 그대로 5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시리즈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가져왔다. 1984년 한국시리즈의 최동원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자신이 가진 모든걸 불태웠으며 마침 당시의 감독 역시 “병철” 감독으로 “보치” 감독과 비슷하기까지 해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범가너가 근 100년간 전무후무한 포스트시즌 기록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월드시리즈 7차전 양 팀의 선발투수는 그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자이언츠의 베테랑 팀 헛슨은 2회에 일찌감치 무너지며 1 2/3이닝 2자책의 초라한 기록을 남겼고 로얄스의 제레미 거스리 역시 3 1/3이닝 동안 3자책점을 내주고 불펜 3인방에게 공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범가너라는 희대의 영웅을 탄생시키는 배경이 됐지만 대망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양 팀의 선발투수가 모두 조기강판당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은 기나긴 시즌의 마지막 경기에서 영웅적인 서사시를 기대했을 야구팬들에게는 김 빠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필자가 태어난 해인 1990년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 경우는 1991년, 1997년, 2001년, 2002년, 2011년, 그리고 올해까지 6번이었는데 이 시리즈들의 7차전에는 그에 어울리는 걸출한 선발투수들이 등판했고 합당한 주인공이 탄생했었다. 1991 WS - 우승 청부사 잭 모리스의 10이닝 완봉승 80년대를 대표하는 투수중 하나인 잭 모리스는 올 초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과의 비교에 시달려야 했다. 그에게 있어 명예의 전당 투표는 올해가 15번째로서 마지막 입성 기회였고, 작년에 60대 후반의 득표율을 기록해 마지막 해 입성 기대를 했던 모리스였지만 매덕스와 글래빈이라는 희대의 투수들이 처음으로 입성 자격을 얻게 됨에 따라 결국 75%의 득표율을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매덕스와 글래빈이 나왔으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이름인 존 스몰츠와도 모리스는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 둘은 1991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애틀랜타와 미네소타를 대표해 등판한 선발투수들이었다. 그 해 FA로 미네소타로 옮긴 모리스는 포스트시즌 4경기에 출전해 3승을 거두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7차전 선발로 등판하게 되고 그 경기는 경기의 무게에 어울리는 전설이 되었다. 스몰츠 역시 7과 3분의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를 펼치며 불펜에게 공을 넘겼지만 애틀랜타는 모리스가 혼자 버티는 미네소타를 넘을 수 없었다. 8, 9회말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지만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한 미네소타는 모리스가 10회 역시 삼자범퇴로 막아내는걸 보자마자 결국 10회말 대타 라킨의 시리즈 끝내기 안타로 우승을 하게 된다. 잭 모리스가 시리즈 MVP가 됐음은 물론이다. 2001 WS – 역사상 최고의 원투펀치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 양키스의 대결은 역대로 손꼽히는 승부이자 김병현의 존재로 인해 수많은 한국 팬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던 시리즈였다. 1, 2차전에서 커트 쉴링-랜디 존슨 최강 원투펀치를 앞세워 2연승을 거둔 애리조나는 4, 5차전에서 믿었던 마무리 김병현이 두 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시리즈를 내줄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의외로 손쉽게 6차전을 가져온 디백스는 7차전 선발로 1, 4차전에 나왔던 커트 쉴링을 세우고 양키스는 로저 클레멘스를 선발로 등판시킨다. 먹을게 많았던 소문난 잔치였다. 7회까지 양 투수는 명성에 걸맞게 1실점만을 하며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8회초 알폰소 소리아노가 쉴링에게 솔로 홈런을 때려냈고 양키스가 리드를 잡게 된다. 쉴링에 이어 올라온 투수는 5차전 선발 바티스타였고 그는 지터를 범타로 잡아낸다. 애리조나의 마지막 투수로 올라온 선수는 6차전 선발투수였던 랜디 존슨이었고 그는 9회초까지 무실점으로 책임을 다한다. 그리고 운명의 9회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리베라를 공략해냈고 루이스 곤잘레스의 시리즈 끝내기 안타로 창단 첫 우승을 손에 넣는다. 커트 쉴링, 랜디 존슨의 공동 MVP 수상.   2011 WS – 마지막 불꽃을 태워 우승을 가져온 크리스 카펜터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다. 크리스 카펜터가 없었더라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정규시즌 242이닝을 던지며 시즌 막판 중요한 경기를 가져와 불가능해 보였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낸 것부터가 카펜터의 공이 컸다. 2011년 포스트시즌에서 카펜터는 6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이는 2001년의 커트 쉴링과 함께 단일년도 포스트시즌 최다 등판 횟수이다. 특히 당시 판타스틱 4를 자랑하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5차전에서 로이 할러데이와 펼쳤던 혈전에서 3안타 완봉승을 일궈내며 팀을 챔피언쉽 시리즈로 보내는 등 그야말로 빅게임 피처로서의 모습을 과시했다. 월드시리즈에서는 1, 5, 7차전에 선발등판해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고 7차전의 승리투수가 됨으로써 텍사스의 2년 연속 준우승을 이끈 장본인이 되었다. 이렇게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270이닝을 넘게 투구한 카펜터는 이후 건강하게 복귀하는데 실패하였고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커리어 내내 수많은 부상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꿋꿋이 돌아왔고 건강과 맞바꾸면서 팀을 왕좌로 올려왔던 크리스 카펜터를 보면 한 시즌의 마지막 경기, 월드시리즈 7차전의 선발투수가 된다는 것의 의미와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은 뒤가 없는 절벽에서 투쟁할 것을 강요받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그들의 힘으로 영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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