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해당화

요즘엔 매일 꿈을 꾼다. 대개는 기억나지 않지만, 몇 꿈은 또렷하다. 지난 주말에는 몹시 안 좋은 꿈을 꿨는데, 내가 아끼는 두 사람이 죽었다. 그 중 한명은 고등어였다. 마침 그가 제주에 가있던 터라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웃음기 띤 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다정스럽게 들렸다. '별 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 아픈 것 보다 차라리 죽는 꿈이 좋은 꿈이야.'라고 했다. 며칠 째 김돈희에게 연락이 없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더니 없는 번호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녀가 다니는 독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건조한 말투의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근황을 물으니, 서울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혹시 그녀의 남자친구 번호를 알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내 이름은 이봄이고, 그녀의 친구인데 연락이 되지않아 걱정되니 그녀의 남자친구에게라도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말을 전하곤 전화를 끊었다. 아직까진 연락이 없다. 연락이 안되니 무지 걱정된다. 이거 보면 연락해라 바보야 이번주엔 영화를 많이 봤다. 월요일엔 꾸뻬씨의 행복여행, 수요일엔 피아노, 목요일엔 덤앤더머를 봤고, 금요일 저녁엔 악사들을 봤다. 악사들은 약속이 깨지는 바람에 혼자 봤다. 세상은 딴따라라 부르지만, 누구보다 멋진 그 시대 악사들의 이야기. 음악하는 친구가 영화 어땠냐고 물어서 40년 후의 네 이야기라고 해줬다. 개인적으로 올해 나온 음악영화 중에 가장 좋았고, 다큐멘터리 실화라 마음에 더 와닿았다. 밴드에서 건반을 담당하시고 무대 장비 렌트를 하시는 박기태님이 장비를 정리하면서 "참 먹고 살기 힘들다" 하는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울컥. 마지막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흘러 나오는데 그게 참 애달프고 구슬펐다. 영화가 끝나고는 좋아하는 두 뮤지션, 김일두X하헌진의 공연이 있었다. 하헌진씨 공연은 작년 꽃땅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머리를 자르니 훤칠해지셨더라. 김일두씨는 처음 봤다. 가장 좋아하는 <문제없어요>를 제일 먼저 들려주었고, 다음 곡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들려주셨는데, 좀 울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는 김일두씨의 목소리만 내내 들었다. 간만에 소주가 땡겼는데 마땅히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 슬펐다. 몇 개의 문자를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토요일엔 아침부터 대림미술관에서 린다매카트니 전을 봤다. 친구들과 서촌에서 점심을 먹고 유명하다던 베이커리에서 빵도 샀다. 날이 좋아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린다매카트니 전보다 훨씬 좋았는데 사람은 훨씬 적었다. 공간이 커선지 사람이 없어선지 아주 쾌적하게 볼 수 있었다. 미술치료를 공부중인 친구가 신나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여자애들 셋이 정처없이 걷다 명동까지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카페에 들어갔는데 70명 정도 되는 사람이 동시에 떠들어댔다. 주말의 명동은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저녁 7시쯤엔 합정으로 건너가 편집하느라 찌든 김주현을 만났다. 김주현은 감성적인 탈을 쓴 이성적인 여자애다. 철 지난 시간들을 공유하며 이런저런 이야길 쏟아냈다. 김일두 공연을 보다 울었다는 이야길 할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니 올해 토끼굴에 정말 많이 갔다. 담배를 엄청 피우다가 갑자기 담배값 인상이 걱정되었다. 짜증나. 9시 이후로는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겠다. 그 이후로 커피를 마시면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목은 여전히 아프고 어깨결림도 여전하다. 몇 달동안 근심하던 일은 다행히 잘 해결될 것 같다. 기도빨이 통했다. 틈나는대로 캐나다 워홀과 관련된 자료들을 보고있다. 진짜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냥 찾아본다. 친구가 늦은 생일 선물로 룸 스프레이를 선물해줬는데 피치향이다. 옷에도 뿌리고 이불에도 뿌리고 혼자 킁킁 맡으며 좋아하고 있다. 노트북 뒤로 보이는 달력을 무심코 넘겼다. 12월. 이라고 쓰여진 숫자를 한참이나 바라본다. 자야겠다. 이것만 듣고.

Ma main a besoin de ta 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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