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좋은시-혼자 도배를 하다/조용미

* 혼자 도배를 하다 - 조용미 저 목소리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린 듯 웅웅 웅리는, 아슬아슬한 평온함이 불안을 느끼게 하는 그 목소리를 오래 전 이른 아침 손을 더듬으며 받은 어떤 목소리, 잠이 싹 물러나고 뒷목이 서늘해지는 그 낮은 소리를 눈을 감고 들은 그날 이후 삶은 비루해졌다 혼자 이사를 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고 도배를 하고 철마다 수건을 받치고 장롱을 옮기고 혼자 하지 못하는, 천장의 벽지만 누렇게 바랜 지난 옷을 입고 있는 오랜 독신녀의 방 오늘 그의 목소리가 죽은 이의 음성과 배추흰나비의 날개처럼 겹쳐진다 사방연속무늬의 넝쿨은 천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누군가 넝쿨을 걷어 올려주어야 하는데 그가 누우면 갈 곳 몰라 허공을 헤매는 넝쿨손들이 보이겠지 그 넝쿨손들의 허전한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데 버팀목이라도 세워주어야 하는데 몸을 누이면 하늘로 뻗지 못하는 넝쿨의 손가락뼈들이 마디마디 다 보일 텐데 사방을 올라온 벽지의 棺은 어쩌면 뚜껑을 덮지 못할 텐데 오늘 누가 혼자 도배를 했다 * 조용미 경북 고령 출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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