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 12.9

엄니 나는 어느 별에서 보내왔어 성아 배꽃이 왜 하얗게 울어 뻐꾸기는 왜 소리만 보인당가 잠든 아부지를 왜 땅에다 심어 세상의 모든 것은 나에게 물음이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건 물음이 있다는 거였다 물음이 멈춘 나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내가 맞닥뜨린 세상은 묻는 것이 금지되고 묻는 내가 불온해지고 물음 자체가 죄가 되는 시대였다 멈추지 못한 물음으로 나는 고독해지고 가난한 내 사랑은 핏빛 사랑이었다 (...) 물어야 길이 나온다 물음이 길을 가르쳐준다 아니 물음이 바로 길이다 사무치는 물음이 곧 사는 길 물음이 끊긴 길은 곧게 빛나도 죽은 길 나에게 죽음은 길이 없는 게 아니고 물음이 그치고 물음이 멈춘 것이다 나에게 두려운 건 답이 틀리는 게 아니고 내 안의 물음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물음이 없는 삶은 살아도 죽은 것 그러나 지금 나의 물음은 처음처럼 고독하다 돌아선 자들은 냉소하고 여전한 자들은 돌아선다 나에게 견딜 수 없이 슬픈 일은 이제 묻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음이 없는 생활에 화사한 꽃이 핀다 때론 눈부시고 때론 행복하지만 그건 닝닝닝 어지러운 꽃무덤이다 물음이 없고 물을 의지도 열정도 잃어가는 그것이 나는 슬프다 그것이 나는 고독하다 물음이 사라진 시대는 브레이크도 방향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성능 좋은 자동차 그러나 먼저 쓰러져본 나는 안다 뭔가 머지 않았다 언살 터진 내 몸 구석구석에서 연둣빛 새싹들이 머리를 내민다 침묵의 불덩어리가 푸르게 터져오르는 듯 온 목숨으로 참구해 온 물음들이 한참이다 내가 찾은 건 답이 아니라 새싹 같은 물음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오늘 나는 살아 있는 물음으로 걸어가는 길 아침 햇살이 환하다 - 박노해, '물음으로 가는 길', 『오늘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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