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라는 세글자...

초등학교 시절, 지금처럼 pc가 많이 보급되지도 않고 만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지상파에서 방영해주는 것이 전부 였던 시절.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해가 있을때 집에 갈 수 있었던 토요일. 만화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집에선 리모콘을 꽉쥐고 내려 놓지 않던 아버지. 차마 채널을 돌리자는 말도 못하고 심드렁히 앉아서 보던게 2002년에 야구였다. 룰도 선수도 아는것 하나 없이 멍하니 앉아있다보니 규칙이 한가지 한가지, 선수도 한명 한명 눈에 익기 시작했다. 경북출신이신 분이라 라이온즈를 응원하신다던 아버지는, 사실 그리 열성적인 팬은 아니셨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저 경기를 보실뿐 크게 반응도 없으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쟤는 갑자기 왜 뛰냐' '저러면 아웃이 아닌거냐'.. 귀찮을 질문을 해대는 내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것을 들으면 두어시간은 눈깜짝할새에 지나갔다. 당시 아버지는 매우 엄하고 무서운 분이었고 호기심 많은 내게 사전을 던져 주시며 '니가 직접 찾아봐야 머리속에 남는다'고 하시는 분이셨기에 야구를 함께 보는 이 시간은 내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남들이 한참 축구의 열기에 심취해 있을때 나는 담장 너머로 공을 가뿐히 넘기는 이승엽에 열광했고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에 나온 쓰리런으로 나의 영웅으로 완전히 자리매김 했다. 그때부터 이미 성실과 노력에 대명사로 불리던 그 였기에 비록 종목은 다를지라도 운동선수로 생활하던 내게 롤모델이 되었고 또, 아버지와의 대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시발점'이자 '연결 고리'였다. 마냥 어린아이로만 살아갈줄 알았던 내가 20대 중반이 되고 삼성은 그사이에 6번에 우승을 더해 V8을 만들었으며 이승엽은 9개째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솔직히 내년에 피가로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이승엽'이 만들어 놓은 연결고리로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내 어릴적, 아니 지금도 여전히 나의 영웅인 그를 다시 한번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삼성에 이승엽이 있다. 내가 한국야구를 본다면 삼성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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