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좋은시-빈집/이하석

* 빈집 - 이하석 먼지들이 들뜨면 곧장 바람을 탄다 문이 부서져 있어도 더 닫을 마음이 없다 축대 아래 마당은 바랜 기억이 빛들로 덮여 있다 축대의 돌들이 얽어짜고 있는 침묵의 구조는 바람만이 그늘진 표정으로 읽어낸다 축대 사이 캄캄한 속 내보이는 수구(水口) 그 비밀스러운 입구-또는 출구-가 착잡하게 열려 있다 뒤안의 우묵한 데 고인 물이 그리로 해서 빠져나갈 때는 늘 어둠이 물을 씻어놓아서 빛도 소리도 없었다 바깥이 내다보이는 문의 부서진 틈으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집 안 구석구석 숨어 있는 어둠의 끈들로 묶인 틈들을 바람이 들컹대며 흔들어 보지만, 봉창부터 여미는 풀넝쿨들의 교묘한 그늘의 직조를 거미들이 재빠르게 마감해놓는다 * 이하석 경북 고령 출생. 197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녹綠』, 『고령을 그리다』. 시선집 『유리 속의 폭풍』, 『비밀』, 『고추잠자리』. 어른을 위한 동화 『꽃의 이름을 묻다』. 기행산문집 『삼국유사의 현장기행』.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대구시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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