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팔았습니다. 제 생에 처음으로 책을 버려봅니다.

제가 방금 판 책이 책장에 꽂힌 모습을 봤습니다. 신기하더군요. 아, 저 책이 이제 내 소유가 아니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럽더군요. 왜인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아니 못하겠습니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돈을 받고 팔았다는 자조감일지, 내 책조차 간수하지 못한다는 서글픔인지, 이젠 다시 못볼거란 아쉬움인지, 자유롭지 못한 스스로에게 느끼는 절망감인지, 내가 책을 써도 저렇게 두 번이나 팔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섭습니다. 네. 사실 무섭습니다. 서러우면서 무섭습니다.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지난 해는 두려움으로 가득찼던 해 같습니다. 두려움이 자신감이 되기도 했고, 두려움이 좌절감으로, 두려움이 절망감이나 혹은 서러움으로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한 해는 지났습니다. 쉽게 리셋되지 않는 머리를 비우려합니다. 기준점은 저 책들일 것입니다. 변화를 어떻게 맞이할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저걸로 변했습니다. 무너졌고 떨어졌습니다. 황폐하고 메말랐습니다. 제 세상은 삭막합니다. 하지만 그 삭막함에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삭막함에 즐거움과 신기함이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그 삭막함에는 차가움과 서글픔이 함께합니다. 진짜 메마름에 던져졌습니다. 오아시스에도 배수구를 뚫었습니다. 더이상 로망이 뭐가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여기 있습니다. 이 땅에 서 있더군요. 구질구질하게 사연을 늘어놓아보자면, 전 신학을 배웁니다. 정확하게는 기독교대한성결교단에 속한 전도사로 제 이름이 올라가있죠. 아버지는 같은 교단 목사님입니다. 어머니는 지방에서 보건소 공무원으로 20년이상 근무하셨습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판 책들을 "저딴 것"으로 여기시죠. 제가 먼저 모은 책들이 있습니다. 팔았던 책들을 샀을 때보다 훨씬 간절하고 힘겹게 모았던 책들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집에 내려갔을 때 정리하셨더군요. 집에서 보이지 않게 정리하셨습니다. 한 마디도 말하지 않으시더군요. 그냥 방을 치웠다고만 하셨습니다. 허탈함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지금 제가 자취하는 방에 있는 책 따위는 그대로 버려질 쓰레기 밖에 안되리라. 그러니 저리 팔았습니다. 헌금으로라도 집어넣으려고요. 기분요? 더럽습니다. 사실 놀 돈을 쑤셔박고, 나름 제 양심으로 여기고, 실제 밥 대신 사기도 한, 기다리고 기대하며 모은, 그런 책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싶은 것들은 남길수 없겠더군요. 전 아직 부모님께 빌붙어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저것 말고도 백권? 그 이상이 있을겁니다. 세어보진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거의 30키로박스 하나가 통짜로 있으니 많습니다. 헌데 저것들도 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기는 것 자체가 서럽습니다. 왜 저 책들이 이런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왜일까요. 어째서였을까요. 책을 팔았습니다. 제 정체성 일부를 팔았습니다. 저를 찢어내서 그 조각을 버렸습니다. 살아온 시절 일부를 돈 받고 쫓아내버렸습니다. 제 자신이 왠지 한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네. 별거 아닐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팔잖습니까? 흔히 보고 흔히 사서 흔히 버리거나 혹은 파니까. 맞습니다. 별거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게 별게 아닌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건 평생 남을, 남길 제 상처입니다. 쓰잘데없는 상처 따윈 입지 않는 제게 몇 안되는 그런 상처입니다. 기분요? 백만을 찍은 오늘, 개 같습니다. 씨발.

영화 보고 있지. 장르 소설 좋아. 짧지 않은 글을 지향한다!(는 허세) 흔한 영화충. 요즘 배고파요.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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