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ㅡ 눈사람

(큰 놈이 어렸을때 동화책 읽어주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더 재밋어 해 어설프게 창작해 본 첫번째 동화) 온 천지에 눈이 하얗게 쌓인 날 아침. 눈을 뜬 데아는 마당 한 가운데 서있는 눈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어..눈사람이네..누가 만들었지?' 데아에게는 가엾게도 아빠가 없었습니다. 아주아주 어렸을때 멀리 여행을 떠나셨다고만 엄마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죠. "엄마..마당에 저 눈사람 누가 만든거야?" "글쎄..나도 모르겠는데.." 엄마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마당으로 나간 데아는 그 눈사람을 쳐다보았습니다. 우수꽝스러운 코와 입, 어울리지 않는 모자까지.. '어..모자? 저 모자 많이 본건데..' 데아는 모자가 낮이 익은 모양입니다. '아..맞다..언젠가 엄마가 보여주신 사진 속에서 아빠가 쓰고 있던 모자잖아' 데아가 아빠 언제오냐고, 아빠 보고싶다고 투정부릴때마다 엄마가 보여주셨던 가족 사진 속에 아빠가 쓰고있던 모자였습니다. 데아는 갑자기 그 눈사람이 좋아졌습니다. 비록 아주 어렸을때 아빠가 여행을 떠나 아빠 얼굴은 사진 속에서만 봤지만 멋진 모자를 쓰고 있는 눈사람이 아빠처럼 너무도 듬직해 보였습니다. "엄마..엄마.. 마당에 눈사람 아빠랑 너무 닮았어..아빠처럼 멋있다고" 집으로 들어온 데아는 엄마에게 자랑했습니다. 엄마는 데아 몰래 작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날 오후에 데아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습니다. 피리아와 이오, 별사탕이 마당에 우뚝 서있는 눈사람을 보고 부러워합니다. "우와..멋진 눈사람이네. 누가 만들어준거야?" "몰라..근데 우리 아빠 모자를 쓰고 있어 아빠 눈사람이라 부를거야" "너 아빠 없잖아" "맞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데아 아빠는 어렸을적에 돌.." "왜 없어. 있어. 있단 말이야..여행을 떠나 아직 안 돌아오신것 뿐이라고" 데아는 친구들이 미워졌습니다. 자기네들 아빠는 여행을 안 떠났다고 놀리는 것 같아 서글퍼졌습니다. 친구들이 돌아간 후 마당에는 데아와 눈사람만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우리 아빠는 날 보러 올거란말야. 그렇지? 눈사람아?" 눈사람은 데아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좋은 얼굴로 쳐다보기만 합니다. 다음날 아침 데아는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어제 밤에 바람이 많아 불고 추웠는데 눈사람이 걱정돼 데아는 제대로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다행히 눈사람은 여전히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기쁜 맘으로 아침밥을 먹고있는데 켜놓은 라디오에서 일기예보가 들려왔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기온이 풀려 예년 기온을 되...." "데아야..밥먹은 다음에 마당에 눈사람 모자 좀 가져다 주렴" "엄마..왜? 눈사람은 모자를 쓰고 있어야 아빠같단 말이야" 데아의 말에 엄마는 맘이 아팟습니다. "응..그게..오늘 오후부터 날씨가 풀리면 눈사람이 녹을거야.. 그러니 그 전에.." "녹아? 왜? 싫어..싫어..아빠눈사람 녹는거 싫어. 싫단말이야" "데아야!! 왜 엄마 말 안듣는거니..네가 그렇게 말을 안들으니 아빠가 안 돌아오시는거야" 엄마는 순간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데아에게 너무 심한 말을 한건 아닌가 걱정이 됐습니다. "엄마..미워..아빠는 날 보러 꼭 올건데..엄마는 그것도 모르고..미워" 데아는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갔습니다. 뒤에서 엄마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엄마가 너무 미웠습니다. 무작정 달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 수퍼가 보였습니다. 이오네 아빠가 하는 슈퍼였습니다. "데아구나..이오랑 놀러 왔니?' "예? 그게..저.." "이오야..데아 놀러왔다... 이오 방에 있으니 들어가보렴. 아저씨가 따끈따끈한 호방 가져다줄께" 어제일로 서먹했지만 데아에게 이오는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데아야..어제는 미안해. 그냥 그 눈사람이 부러워서 한 말이야" "아냐..나도 큰소리 쳐 미안해." "헤헤..우리 그럼 화해한거다.." 데아는 엄마랑 싸운 일도 잊고 이오랑 재밋게 놀았습니다.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나..집에 갈께" 아무리 엄마랑 싸웠더라도 역시 데아에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였습니다. 슈퍼를 막 나서려는데 이오 아빠가 데아를 불렀습니다. "데아야..이거 두부인데 엄마 갖다 드리렴" "네" "역시 데아는 착해..엄마 속도 안 썪히고 말도 잘 듣고.." 데아는 조금 찔렸지만 공손히 두부를 받아들었습니다. "하늘 나라에 계신 네 아빠가 이런 널 보면 얼마나 흐뭇해할까.." '하늘나라..하늘나라??' 데아 표정이 심상치 않은걸 본 아저씨는 당황하셨습니다. "아..이런..내가 별소릴 다했네..데아야..얼른 들어가거라..엄마가 기다리시겠다" 데아는 집으로 어떻게 걸어갔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머리 속에 하늘나라라는 아저씨말이 맴맴 돌 뿐입니다. '그렇구나..아빠는 여행을 떠난게 아니었구나..하늘나라로 가신건데 그것도 모르고..' 데아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당 한가운데 아빠 눈사람이 보였습니다. 오후 내내 날씨가 따뜻했던 까닭에 눈사람의 키는 작아져 있었습니다. 눈썹을 삐뚤빼뚤 자리를 잃었고 코는 떨어져 나갔고 입도 제멋대로 였습니다. 다만 모자만은 아빠 모자만은 어제처럼 멋지게 쓰고 있었습니다. 데아는 눈사람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어제는 까치발을 해야 모자에 손이 닿았는데 이제는 데아와 비슷한 키로 작아져 있었습니다. '아빠....' 데아는 나지막히 아빠를 불러보았습니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모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축축해진 모자를 머리에 써보았습니다. 아빠 모자는 데아의 머리보다 커, 모자를 쓰자 눈 까지 가려졌습니다. '아빠.. 오늘까지만 울께..아빠때문에 오늘까지만 울께...누가 보지 못하게 아빠가 가려줘..' 소리 죽여 우는 데아의 어깨 위로 아빠 모자도 슬픈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립니다. "데아 왔구나..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다구" 뒤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빠..안녕....나 이제 아빠 기다리지 않을거야. 아빠는 지금 내 머리 위에 있잖아요' "엄마!!" 데아는 모자를 벗고는 활짝 웃으며 뒤로 돌았습니다. "깜짝이야.. 얘는.. 눈사람 앞에 멍하니 서있길래 엄마는 걱정했잖아" "치..내가 어린앤가..뭐.." "하하..그래 우리 데아 이제 다 컸네" "엄마..이 두부 수퍼아저씨가 주셨어" "아..잘됐네..엄마가 데아랑 같이 먹을려고 김치찌개 끓여놓았는데..두부를 넣으면 더욱 맛있겠는걸" "우와..김치찌개..너무 맛있게다..그리고 엄마.. 허리 좀 굽혀봐" "허리를..왜?" 엄마는 궁금했지만 데아가 환하게 웃어줘 너무 기뻤습니다. 엄마가 허리를 굽히자 데아 눈 앞에 엄마 얼굴이 보였습니다. 데아는 손에 들고 있던 아빠 모자를 엄마 머리 위에 씌워줬습니다. "엄마..이제 엄마가 아빠야..나한테 이제 엄마가 아빠야..알았지" 엄마는 가슴이 탁 막혀왔습니다. 데아가 너무 대견해 엄마는 아무 말도 못하고 데아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엄마와 데아가 꼭 껴안고 있는 그 뒤로 눈사람은 서서히 녹아가고 있었습니다. 엄마도 데아도 눈사람도, 그리고 아빠의 모자까지 모두들 울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울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감추고 있었던 아픈 상처들이 녹고 있는겁니다. 이제 곧 봄이 올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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