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 똥이 없는 세상을 꿈꿨지만...

http://blog.naver.com/sniperhu/220071797061 "똥이 없는 세상".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키치(Kitsch)'에 대한 설명이다. 키치는 독일에서 만들어진 단어로서, "얕은, 얄팍한, 피상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단어 본래의 뜻과는 별개로 "싸구려 모방 예술품"부터 시작해서 "세속적인 것, 얄팍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미학적 관념어까지 넓게 쓰인다. 밀란 쿤데라는 키치를 "똥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라고 말했다. 즉, 아름다운 것ㆍ긍정적인 것만 보려 하고 더러운 것ㆍ부정적인 것을 보려 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키치라고 했다. 다시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마음이 키치다. 키치는 누구나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이라 믿고 있는 바로 그게 "키치"다. 내게도 있었다. 나의 키치는 "기자"였다. 펜 한 자루로 세상의 진실을 폭로하는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멋있기만 했다. 그래서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기자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버텼다. 나와 같이 공부하던 형의 키치도 "기자"였다. 나는 시험에 떨어졌지만, 그는 꿈에 그리던 기자가 됐다. 최종 합격자 발표일, 그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났고, 우리는 술집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지쳐 있었다. 그가 말했다. "기자 못 해 먹겠다. 힘들어 미치겠어." 놀란 나는 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는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수가 없어. 그리고 매일매일 글 쓰는 거 너무 큰 스트레스야. 힘들어. 미치겠어." 이 얘길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기자가 된 후의 멋진 모습"만 생각했지, 기자가 됨으로써 받게 되는 고통(똥)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인생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장밋빛 미래(키치)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해도, 불행한 미래(똥)를 맞이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의 "데이비드"와 "해리엇"처럼 말이다. 데이비드와 해리엇의 키치는 "넓은 정원이 딸린 대저택에서 여섯 명 이상의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자신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키치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빅토리아 풍의 대저택을 갖게 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네 아이를 낳았다. 따뜻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다섯째 아이 "벤"을 낳기 전까지는... 다섯째 아이는 사람의 자식이라기보단, 악마 또는 야수 같았다. 기괴한 생김새, 근육으로 덮인 몸,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다섯째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야성을 드러냈다. 그가 자랄수록 가정엔 어둠과 공포가 짙게 깔린다. 가족들은 벤으로 인해 하루하루 무섭고 긴장된 나날을 보낸다. 결국 행복한 가정이 파괴되는 걸 견디지 못한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똥을 부정하고 키치를 택할 것인가? 데이비드는 키치를 선택한다. 그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벤을 내다 버린다. 그리고 벤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벤을 부정함으로써 데이비드와 아이들은 다시 행복해진다. 하지만 해리엇은 (모성애가 아닌) 양심의 가책 때문에 키치를 포기한다. 그녀는 버려진 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온다. 그로인해 넓은 대저택엔 다시 긴장과 공포가 감돈다. 그들은 다시 불행해진다. <다섯째 아이>를 보며 새삼 느낀 건데, ​ 인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꼭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노력한 만큼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만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불행을 만날 수도 있다. 건강을 잃는다거나, 일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큰 사고를 겪는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 그러니, 키치를 품고 사는 건 위험하다. 똥을 아무리 거부하고, 아무리 부정해도, 똥을 밟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마음가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멋진 미래를 꿈꾸며 노력해도 살다보면 언제든 똥을 밟을 수도 있다는 관조적인 자세. 이거야말로 인생을 대하는 지혜가 아닐까? 그나저나 통제할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으며 품에 안을수도 없는 거대한 불행을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 * 밑줄 긋기 ㆍ"우리는 벌 받는 거야. 잘난 척 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야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행복해서." - p. 159 http://blog.naver.com/sniperhu/22007179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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