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좋은시-참 긴 말/강미정

참 긴 말 강미정 일손을 놓고 해지는 것을 보다가 저녁 어스름과 친한 말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저녁 어스름, 이건 참 긴 말이리 엄마 언제 와? 묻는 말처럼 공복의 배고픔이 느껴지는 말이리 마른 입술이 움푹 꺼져있는 숟가락을 핥아내는 소리 같이 죽을 때까지 절망도 모르는 말이리 이불 속 천길 뜨거운 낭떠러지로 까무러지며 듣는 의자를 받치고 서서 일곱 살 붉은 손이 숟가락으로 자그락자그락 움푹한 냄비 속을 젓고 있는 아득한 말이리 잘 있냐? 병 앓고 일어난 어머니가 느린 어조로 안부를 물어오는 깊고 고요한 꽃그늘 같은 말이리 해는 지고 어둑어둑한 밤이 와서 저녁 어스름을 다 꺼뜨리며 데리고 가는 저 멀리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집 괜찮아요, 괜찮아요 화르르 핀 꽃처럼 소리없이 우는 울음을 가진 말이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저녁 밥상 앞 자꾸 자꾸 자라고 있는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는 엄마 언제 와? 엄마, 엄마라고 불리는 참 긴 이 말 겨울 냇가에서 맨손으로 씻어내는 빨랫감처럼 손이 곱는 말이리 참 아린 말이리 * 강미정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상처가 스민다는 것』,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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