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 '클라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클라라가 느꼈다는 ‘성적 수치심’ 에 우리는 그녀 편에서 발끈했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으로 ‘갑질’ 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셌고, 직장 여성 중 50% 이상이 사내 성희롱을 겪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故 장자연 씨 사건으로 수면에 오른 연예인 성상납 논란도 무의식 중에 떠올랐는지 모른다. 그녀에게 수치심을 줬다는 60대의 소속사 회장은 무기중개상에다 고액체납자라고 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 간의 대화내용이라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됐고, 클라라가 전속계약을 위반했다는 얘길 들었다. 어느새 우리는 그녀에게서 뒤돌아 서 있다. (아래 내용에는 영화 <나를 찾아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몇 주간 클라라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영화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를 바라보는 관객의 그것과 묘하게 닮았다. 우리는 사라진 에이미를 추적한 방식처럼, 차례차례 제시되는 제한된 단서들로 클라라의 진실을 추적하고 있다. 그녀는 권력에 의해 짓밟힌 연약한 피해자였다가, 자신의 잘못을 무마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음해하는 교활한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미디어는 자극적인 맛과 강한 향의 재료들을 테이블에 올렸고, 이제 대중은 MSG에 길들여진 입맛대로 클라라를 가능한 한 맛있게 요리하는 중이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와 닉의 관계는,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듯 한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다. 로맨틱한 만남과 결혼에서 권태기에 다다른 부부의 갈등과 외도까지. 이 흔해빠진 부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에이미가 사라지고, 나타나고, 돌아오는 과정에 동반되는 부부 각자의 증언과, 이를 대하는 미디어의 태도, 그리고 대중의 반응이다. 영화 초반 에이미의 편에 섰던 관객들은 결국 닉의 편으로 완전히 돌아서지만, 두 사람의 두개골 속 진실은 요원하다. 정도의 차이일 뿐, 에이미와 닉 모두 스스로를 숨기거나 덧붙이고, 우리는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도 모른 채 진실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Control freak’ 이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조종하는 괴물’ 쯤인데, 이는 영미 문화권에서 ‘만사를 자기 뜻대로 하려는 사람’ 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데 쓰인다. 극 중 닉에게 있어서는 에이미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freak이고,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여 대중은 물론 공권력(경찰)마저도 조종하는 미디어 또한 거대 Control freak인 셈이다. 휴일에 소파에 누워 TV 뉴스를 보거나,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는 우리는 ‘씹을 거리’ 를 원하고, 미디어는 상투형(stereo type)을 이용한다. ‘폭력적인 외도 남편, 아내 살해 후 실종 위장’ 이라는 쉽고도 자극적인 사건은, 에이미의 빈틈없는 구성을 통해 리얼리티까지 부여받는다. 익히 들어왔고, 또한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대중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놀라운 지점은, 닉의 진심 어린(듯이 보이는) TV 인터뷰가 대중의 호감을 사게 되는 부분이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강력한 반전 앞에, 손바닥을 뒤집는 것 만큼이나 간단하게 태도를 바꿔 드라마에 열광하는 대중의 모습은 무력함 그 자체다. 스마트폰을 등에 업은 요즘의 인터넷 뉴스는 마치 지능적인 스팸메일 같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은, 평소의 관심사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손가락을 향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그렇게 2년 전 ‘클라라 레깅스 시구’ 는 그녀를 독보적인 섹스심벌로 만들었고, 이번 소속사와의 분쟁은 그녀를 ‘구라라’ 로 전락시켰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녀는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고, 지금은 미디어와 대중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기를 원치 않는다. 닉의 감동적인 인터뷰처럼, 이제는 클라라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리는 귀가 얇지만 의심도 많고, 잔인하면서도 관대하니까. 어쩌면 클라라를 다시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클라라,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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