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만지고 싶은 지 모르겠지?"

1. 극장에서 지난 토요일, 영화를 틀어주는 한 카페에서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Maison de Himiko)'를 보았다. 매주말 다른 영화를 선정해 온라인으로 예고해서는 예약한 고객만 받는 특이한 카페여서 관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입장했는데 의외로 카페 안은 사람들로 꽉차 있었다. 나는 알지 못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바로 그 감독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에서 그 영화가 엄청난 열광을 불러일으켰던 까닭에 그날 영화 카페의 풍경은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고 옆에서 귀띰해 줬다. 이날 좌석을 채운 80% 이상이 여성 관객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여성들에게만 이해되거나 소비될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연령과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아주 큰 포용력을 지녔다. 그리고 그것은 이 영화가 지닌 몇 가지 미덕, 유머와 화법, 따뜻한 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2. 히미코의 집에서 영화는 낡은 흑백사진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꾜의 유흥가에 전설처럼 자리했던 한 요정과 그 요정에 드나들었던 명사들, 그리고 게이 마담과 세련된 옷의 한 여자를 클로즈업 하면서. 그리고 2년 뒤, 바닷가에 세워진 작은 호텔이 '메종 드 히미코'란 간판을 달고 게이 전문 양로원으로 전업한다. 병사(病死)한 어머니의 간병 빚으로 생활에 쪼들리고 있는 페인트회사 사무원 사오리에게 잘생긴 게이 하루히코가 찾아온다. 그는 양로원 메종 드 히미코의 지배인이다. 그는 양로원의 주인, 히미코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그의 딸인 사오리에게 양로원에서 일하면 유산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회유한다. 사오리는 빚 걱정에 뿌리치지 못하고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하는데, 그날부터 그녀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그녀는 통념의 파괴를 겪으면서 차츰 그들의 이상하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상에 물들어간다. 아버지인 히미코와는 계속 대립하지만 그녀는 동료로서 노인들과 사이좋게 지내게 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게이로서도 아니고, 노인으로서도 아니고, 자신과 같은 '여성'으로서 마침내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중반 부분, 나이트 클럽에서 게이 노인을 대변하며 악다구니 치는 그녀의 모습은 일정부분 작위적이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남편이 게이라는 사실에 충격받아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를 잊을 수 없는 사오리, 증오하는 게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게이 양로원, 영혼의 다정한 동료인 게이 노인들과의 깊은 우정...그녀는 원하던 유산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러나 해결은 인생과 같이 간단하지 않다. 3. 가슴과 성기 부근 어딘가에서 사오리는 나이트 클럽의 싸움 속에서 양로원의 지배인 하루히코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키스로 시작된 스킨쉽은 하루히코의 성정체의 혼란 속에서도 마침내 침대로 향한다. 긴장, 껴안음, 키스...하루히코는 사오리를 침대에 눕히고 가슴을 쥐어잡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사오리는 입을 연다."어디를 만지고 싶은 지 모르겠지?" 하루히코도, 사오리도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둘은 어디로도 함께 가지 못한다, 바로 사오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히미코의 병은 깊어가고, 사오리는 히미코에게서 어머니와의 관계가 자신이 생각했던 참혹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히미코가 그녀에게 나직히 토해내는 한 마디에서 그녀는 커다란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양로원을 떠나게 되는데. 4. 다시 히미코의 집에서 옛 회사로 돌아가 예전처럼 일에 매진해 있는 사오리에게 양로원에서의 업무요청이 들어온다. 그 결말은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지막 장면은 짐작보다 훨씬 더 놀라운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히코와 게이 노인들은 키스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는 따뜻한 관계를 만든다. 그 키스는 실상 다른 그 무엇의 대체어이기도 할 것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불어로 '히미코의 집'이란 뜻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양로원에서 그녀의 가정이 된다. 가정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거기, 바로 그곳에만 있다. 결여와 차이는 중대한 문제일 수 있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 완벽한 관계란 사실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남들과 같기 위하여 경주하는 인생보다는 남들과 다르더라도 서로가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 영화 카페의 관객들은 영화 초반에서 게이들의 적나라한 모습에 비명을 질렀지만 중반에는 웃음이 터지고 후반에는 조용해진다. 앨리스는 자신이 떨어진 세계가 '이반'이며, 자신이 '일반'이라고 느끼지만 그 인식이 은연중에 사라지는 것처럼 사오리도, 게이 양로원의 모든 식구들도 행복한 동화를 이룬다. 영화의 배경인 저녁이 오는 여름의 바닷가처럼, 한없이 잔잔하고 따뜻하게. [추신] 1. 사오리의 영화적 캐릭터는 '추녀'인데, 배우가 너무 예뻤다. 현대 일본 영화를 볼 때면 늘 느끼게 되는 불만. 왜 여자주인공은 항상 예쁜가. 그래야만 하는가. 2. 줄거리와 주제의식보다는 에피소드와 표현이 좋은 영화다. 3. '브로크백 마운틴'과 비교해서는, 브로크백 마운틴이 진지하고 섬세하다면 메종 드 히미코는 가볍고 따스하다. 어느 것이 좋냐고 묻는다면 둘 다 좋다고 대답하겠다. 4. 어쩌다보니 계속 동성애 영화를 보는 셈이다. 이러다 오해받을지도 모르겠다. -_-;;

아주 천천히, 그 누군가를 잊어버릴만큼 느리게 연애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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