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섯 잔. 누구나 관 속 가방을 그리워한다. - 7(完)

다음날. 같은 시각에 카페로 출근을 했다.


어제처럼 네 명의 여자들이 중앙 테이블에 앉아 이목을 집중시켰고, 카운터의 여자는 옅은 커피향을 풍기며 어제와 비슷한 쓰고 신 맛이 강한 커피를 내주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혹시 올지도 모를 비만남을 기다렸다. 그가 오면 먼저 사과를 하고 싶었다. 폭탄에 관한 발언은 농담이었음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남자는 오지 않았고, 심지어 퇴근 시간이 될때까지 테이블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이곳만이 카페와는 동떨어진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7시간을 무료함과 싸웠지만 어제만큼 피곤하거나 지치지는 않았다.

5시가 가까워질 무렵, 카운터의 여자가 다가와 미리 준비한 봉투를 건넸다.

"오늘은 한가했네요."

"그러게요."

"이틀동안 고생하셨어요."

"제가 뭐 한게 있다고. 그럼 내일부터는 진짜 카운슬러가 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건가요?"



"글쎄요. 어떻게 될련지...... 아참.여기, 이것도."

그녀는 작은 명함을 한 장 건넸다.

"「Cafe Sahara」? 이게 뭐죠?"

"어제 저랑 이야기하던 정장 차림의 고양이 기억하시나요?"

"네. 기억하죠."

"그 분 명함이에요. 저처럼 작은 카페를 경영하시는 분이죠. 시간 나실때 한 번 들려 보세요. 아마, 근사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웃으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나는 5시가 될때까지 테이블에 앉아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카페를 나서자 어제와 같은 노을이 잠시 눈을 어지럽혔다.

"여. 고생했어."

놀랍게도 현철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는 피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돈은 받았지?"

"어. 그런데 어쩐 일이야?"

"시간이 생겨서 마중왔지. 타. 데려다줄게."

현철의 차는 시원스레 도심을 가로질렀다. 붉게 타는 노을이 그의 차를 뒤따랐다. 라디오에서는 교통정체 방송이 흘러 나왔고, 정체가 일어나는 곳은 콘서트장 주변이었다.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 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조용히 흘러 나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관과 그 속에 안착된 가방을 생각해보았다.

'정말 그 가방 속에 폭탄이 있다면 언제 폭발하는 걸까?'

'자신에게 가방을 준 남자는 알고 있을까?'

'폭탄이 폭발하면 정말 관은 멀쩡할까?'

'만약 부숴지면 C&F라는 회사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여자......'

도착했다는 현철의 말에 잠이 깼다. 나는 그에게 이틀동안의 일을 말해야 할지 아니면 조용히 넘어갈지 고민했다. 현철은 자동차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는 어둑한 골목으로 빨려 들어갔고, 개 짖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한동안 팔장을 낀 채 가로등에 기대어 깜박이는 불빛의 횟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55까지 세었을 때, 현철은 담배를 비벼 끄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난 듯 웃으며 말했다.

"어때? 쉬웠지?"

나는 골목만큼 어두운 그의 선그라스를 유심히 주시했다. 정확히 말하면 검은 렌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려 애썼다. 하지만 렌즈에 맺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현철의 인사 대신 자동차의 시동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멀어지는 자동차 소리에귀를 기울이며 현철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쉬웠지?'

그랬다. 그의 말이 맞다. 어차피 과거의 일은 추억에 불과하다. 과거의 고통은 현실에서 겪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나간 과거는 자연스레 쉬웠던 일이 되는거다.

집으로 돌아와 20만원을 꺼내어 침대에 올렸다. 이상하게 관 속에 들아간 가방이 몹시 그리워진다.

꿈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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