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길’로 ‘소통’을 노래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

‘길’은 문학적 소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말이죠. 왜 그럴까요. 전 ‘길’이라는 소재가 가진 매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작위의 온갖 인간 군상들이 널려있는 길은 ‘사람 냄새’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장소입니다. 매일같이 무심코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거기에는 우리네 다양한 삶들이 얼기설기 뒤섞여 있다는 거죠.

영화 ‘비긴 어게인’은 이런 ‘길’을 잘 이용한 음악영화입니다. 자신이 만든 인디 레이블에서 해고된 음반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이 이별의 아픔을 겪는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를 만나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엔 길에 대한 상징적 언급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우선 영화 OST의 타이틀 곡 제목부터가 ‘길 잃은 별들’(Lost Star)입니다. 스타가 된 후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전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에게 그레타가 준 곡이죠.명장면 중 하나인 댄과 그레타가 올드팝을 들으며 걷는 장면도 뉴욕의 밤거리가 배경입니다.두 사람은 아이폰에 이어폰 스플리터를 꽂고 도심 구석구석을 걸으며 묘한 ‘썸’을 타죠.

무엇보다도 ‘길’이라는 소재가 영화 속에 가장 멋지게 녹아든 건 ‘길거리 녹음’이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스튜디오 녹음을 할 여건이 되지 않자 댄과 그레타는 뉴욕의 길거리 곳곳에서 녹음을 하기로 합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 센트럴 파크 호수 위, 지하철의 후미진 한쪽 구석 등등. 그리고 자동차의 경적, 사람들의 발걸음 같은 도시의 온갖 소음이 조화롭게 스며든 앨범을 만들어 냅니다. 인간을 노래하는 ‘음악’이라는 형체에 진짜 ‘사람 냄새’를 그 배경에 더해 담아낸 거죠.

사실 ‘길’과 ‘음악’은 정말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대학생활 내내 통기타 동아리에 흠뻑 빠져 있던 저는 그 매력을 꽤 잘 알고 있습니다. 학기 초에 동아리 신입생을 모집한다며 지나가는 학우들을 바라보며 기타를 칠 때, 방학이면 동기들과 홍대에 모여 치기 어린 공연을 할 때마다 그 마성에서 벗어나오지를 못했었죠. 그런데 그때의 기분은 단순히 무작위의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것에서 나오는 도파민 분출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공연장처럼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아닌, 세상 속에서 대중과 함께 숨 쉬며 노래하는 것에서 나오는 그 무언가였죠.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개방된 공간에서 음악을 공유하는 ‘소통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존 카니 감독은 이런 ‘길’과 ‘음악’의 시너지 효과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 듯합니다. 그를 주목 받는 감독으로 만들어 준 2007년 작 ‘원스’에서도 ‘길’은 주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남자 주인공 역의 글렌 한사드가 길가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하죠. 그러다 한밤중에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say it to me now’를 거리에서 쩌렁쩌렁 부르는 모습으로 이어지고요. 노래가 끝나고선 여주인공 마케타 잉글로바를 만나게 되죠.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입부와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을 이렇게‘길’과 ‘음악’을 조합해 ‘소통’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비긴 어게인에서 감독이 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한 것도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뻔할 수도 있는 음악 영화에 ‘길’이라는 소재를 녹여 소통을, 더 나아가 치유를 이야기하려는 것 말이죠. 수음은 스튜디오에서 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도심 곳곳에서 녹음을 하고, 딸과 부인도 작업을 함께하며 그들의 마음을 여는 댄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받던 댄과 그레타가 이어폰 스플리터로 같은 노래를 귀에 꽂고 뉴욕 밤거리를 배회하며 신뢰를 회복한다는 점도 그렇죠.

이쯤에서 영화 속 음악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영화 속 메시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음악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죠. “나는 관객의 눈물샘만을 자극할 뿐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하는 건 존 윌리엄스(E.T, 쉰들러 리스트 등의 음악감독)의 음악이다”라고요. 비긴어게인에서도 음악은 큰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라서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는 음악을 따로 떼어놓고 봐도 그 자체로 빛이 납니다. 특히 키이라 나이틀리의 청아한 음색에는 영화가 강조하는 ‘음악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경험해 보지도 않은 사랑 얘기를 가사만 달달 외워 부르는 아이돌 음악에 진절머리가 난 요즘엔 더욱 가슴에 와 닿죠. 몇 년 전부터 청량한 목소리의 ‘가을 방학’이나 ‘제이 래빗’같은 인디 뮤지션들이 주목 받기 시작한 이유를 생각해 보시면 될 듯합니다.

물론 이 영화엔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착한 캐릭터들만 등장하는 동화적 구성이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주제를 해친다는 평가도 있고 스토리 라인이 축축 늘어진다는 얘기도 있죠. 하지만 길과 음악을 조합해 보여주는 소통과 치유, 희망의 메시지는 이런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영화라면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인간이 음악을 즐겨 온 이유는 위로 받고 기운을 내기 위해서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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