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 잔. Story of Picture - 3

연락을 받은 것은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는 도중이었다.

발신인표시에 뜨는 '윤지태'라는 세글자에 주춤하고 손끝이 망설여졌다. 그와 헤어지고 연락을 끊은지 1년이 가까웠다. 이제는 완전히 잊었다 생각했었는데 그의 이름을 보자 수많은 추억의 편린들이 날아 들었다. 잔뜩 긴장한 심장을 애써 진정시켜보았지만 심장은 더욱 고동쳤다. 그냥 이대로 전화가 끊어지길 기다려보았지만 벨소리는 끈질기게 울렸다. 결국 그 소리에 못이겨(아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올 그의 목소리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휴대전화를 귀로 가져가 최대한 냉정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네."

약간의 떨림을 눈치챘을까? 1년만에 그는 무슨 말을 꺼낼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머릿 속에 뒤엉켰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이 모든 고민은 씻은 듯 사라졌다.

"정소영씨 되시나요?"

"네, 맞기는 한데...... 누구시죠?"

"아, 저는 xx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김진명이라 합니다. 혹시 윤지태 씨를 아시나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윤지태 씨가 해변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외상은 없는데 현재 혼수상태라......"

그가 쓰러졌다? 혼수상태?방금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쳤지만 온 몸이 땀에 젓은 듯 꿉꿉하고 찝찝했다.

"저기, 듣고 계신가요?"

"네, 네."

"실례지만 윤지태 씨와는 어떤 관계시죠? 저장해놓은 번호가 단 하나라 연락을 드린건데."

어떤 관계라 말을 해야할까? 연인 사이? 과거 잠자리를 함께 한 사이? 뭐라고 해야하지? 실제로 현재 그와의 관계가 자신도 궁금했다. 결국 고민 끝에 내뱉은 단어는 지루하고 통속적인 단어였다.

"친...구에요."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슬픔과 후회가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내려오셔서 그를 만나주셨으면 하는데......"

"어디 병원이라고 하셨죠?"

펜과 메모지를 꺼네어 병원의 위치를 끄적였다. 녹음기로 소리를 녹음하듯 그저 의사의 말을 글자로 새겼다. 의사는 끝으로 병원비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네었지만 답을 하지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쇼파에 누워 곧장 잠이 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에대한 걱정보단 단 하나밖에 저장되어있지않은(그것도 1년 전에 헤어진 여자의 번호라니.) 휴대전화의 액정이, 바뀌지 않았을 벨소리가 머릿 속을 가득 메웠다.

꿈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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