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비극은 생명의 조건이다. 삶은 태어나면서 시작되고 죽으면서 끝난다. 사랑은 눈멀면서 피어나고 현명해지면서 접힌다. 공감은 고귀한 동정심에서 비롯되고 추악한 계산으로 사라진다. 희망은 어둡고 팍팍한 음지에서 솟아올라선 환하고 배부른데서 배신당한다.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는데, 그것은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지워진 조건에 대한 서글픈 무력감의 토로다. 없는 데서 있는 것을 보려드는 상상력은 종교를 만들고 저승의 보상을 상정하여 현실의 계급을 공고히 하는 걸 돕는다. 비극은 누구도 막아낼 수 없는 깊고 크고 너른 구멍이다. 비극의 다른 유사어는 시간인데, 그것은 그 둘이 똑같이 잠식의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인생은 가장 행복한 순간 혹은 정점에서 끝나지 않으며, 가장 불행한 순간 혹은 바닥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이성과 과학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모든 순간, 해석된 모든 것들은 주관화하고 하나같이 감정을 나타내는 추상명사로 변태한다. 프랑스어가 모든 사물에 성(性)을 단다면, 비극은 모든 사물에 감정의 레테르를 붙인다. 나는 내가 관계맺은 모든 것들에 담긴 의식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 그 의식은 응결해 生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비극의 붉은 색으로 뚜렷하게 적신다. 비극은 사회적 운명에도 연관지워져 있고 개인의 외로움에도 깊게 뿌리박고 있다. 비극은 투쟁으로 생의 가치를 높이지만 승리로서 다시 말해 희극으로서 대체되지 않는다. 비극은 이루어지지 않는 영구혁명론이다. 공포란 비극의 서브 플롯으로 삶이 비루해지는 일을 돕는다. 인생이 어떤 순간, 지고지순한 무언가를 성취해 냈다 하더라도 비극의 드라마는 끝나지 않는다. '이후'가 있다는 것은 동화가 놓친 결말이 아니라 일부러 피해간 함정이다. 그 '이후'가 언제나 비극을 삶의 진짜 주인으로 확인해준다. 희극은 비극을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적인 조연이며, 결국 비극이 찾아오는 일을 잠시 잊게 만드는 가장 극적인 진통제다. 비극은 고통과 무관하며 오히려 침묵에 더 가깝다. 비극은 바벨탑에서의 '용쟁호투'와 같다. 상대는 점점 강해지고, 올라야 할 층은 무한대로 증폭된다. 아무도 그것을 이겨낼 수 없고 운명을 수락함으로서 수월해지지도 않는다 그것은 인식의 차원이 아니라 삶의 차표, 생명의 조건이므로. 비극은 존재의 조건이다. 고독만이 아니다.

아주 천천히, 그 누군가를 잊어버릴만큼 느리게 연애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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