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는 수명을 채워줄 단비같은 음악들

'담배 한 개피에 6분씩 수명 단축...'

흡연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 경고하는 기사는 나오다 나오다 못해 드디어 개피 당 수명을 계산하는 데에 이르렀다. 비흡연자의 평균수명에서 흡연자의 평균수명을 뺀 후 흡연자의 흡연량으로 나누면 담배 한 개피 당 5분 30초가 나온다고. 넉넉잡아 6분까지 이야기하기도 한다(모 기사에서는 11분이라고도 하지만, 한 개피에 11분이든 두 개피에 11분이든 흡연자 입장에서 별반 차이는 없을 듯하다). 한 개피 당 생명줄이 적어도 5분 30초에서 6분씩 짧아지는 셈.

그 대신 5분 30초를 두 배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음악들을 들어보자. 물론 비흡연자도 그 행복을 누릴 순 있지만, 수명과 맞바꾼 담배 한 개피에 음악 한 곡을 더하는 기분은 남다르지 않겠나.

Five Tango Sensations: Asleep - Dreaming

(Kronos Quartet) 5:29

수명 단축을 감수하고 피우는 담배의 퇴폐미를 만끽하고 싶다면 추천. 흡연자인 모 교수가 본인의 장례식장에 틀고 싶은 음악이라는 코멘트를 했는데, 담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맞은 장례식에 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탱고 연주곡으로,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직접 연주하는 반도네온의 호흡이 예술적이다.

The Point of No Return (Phantom of the Opera) 5:33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숨은 킬링 넘버다. 팬텀의 유혹적인 목소리와 크리스틴의 홀린 듯한 목소리가 만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와버린’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담배와의 사랑에 빠진 흡연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물론, 곡 자체의 극적인 구성과 진행,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표현력만으로도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떠나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곡이다. 뒷부분에 비명소리가 나오니 스피커로 들을 땐 주의하자. 바로 이어지는 넘버인 <Down Once More>도 같이 들으면 좋다.

Black (Pearl Jam) 5:44

담배 없는 락을 상상하기 힘든 만큼 펄잼 없는 락도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지 락이라는 장르적 특징과 현장감 있는 녹음 및 믹싱 덕분에, 펄잼의 곡들은 트는 순간 라이브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좋은 스피커나 헤드폰이 있다면 눈을 감고 빵빵하게 틀어보길 추천한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에디 베더의 목소리에 젖어드는 기분이 들 것이다. ‘모든 세상이 검게 변해버린’ 절망은 검게 변하고 있을 당신의 폐와도 썩 잘 어울린다.

당신은 참.. (성시경) 5:40

너무 험한 선곡들로 상처받았는가? 이제 마음을 위로해줄 노래를 들어보자. 노영심이 지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가 성시경의 음색에 얹어져 마음을 어루만진다. 성시경이 헤비 스모커라는 사실도 잊게 해주는 따뜻한 곡이다. 집중하며 듣다보면 그 따스한 목소리와 편곡과는 달리 가사가 무척 서글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4분 10초경에 정점을 찍는 성시경의 감정 표현과 함께 울컥 눈물이 터져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 조용한 곳에서 들으면 더욱 좋다.

Ribbon in the Sky (Stevie Wonder) 5:38

‘하늘에 떠 있는 리본’이라는 제목답게 달달한 가사를 자랑한다. 영어 가사를 못 알아들어도 스티비 원더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말해줄 것이다. 수명이 줄어드는 만큼 사랑도 부지런히 해야 할 흡연자들에게 낭만적인 사랑 고백의 정석을 알려준다. 노래처럼 ‘저기 하늘에 우리의 사랑을 위한 리본이 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하늘에 연기를 띄워두고 있지 않나. 보이즈 투 맨의 아카펠라가 돋보이는 리메이크 버전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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