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그와 헤어지면서 그의 동네에서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사랑할 땐 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게 그렇게도 좋았는데 그와의 연이 끝나고 나니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게 되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급하게 이사를 하는 탓에 도와줄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선심 쓰듯이 내 이사를 도와주겠다는 그의 부탁을 만류했는데 벌여놓은 이삿짐을 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불행 중 다행인건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해가 쨍쨍했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면 울음이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새로 얻은 자취집은 깨끗하고 좋았다. 채광이 좋아서 볕이 따뜻할 때 발코니에서 한가로이 일광욕하기 좋을 것 같다. 집을 감상하고 있을 시간도 없이 곧 노동이 시작됐다.

큰 짐들은 대충 옮겨졌는데 자질구레한 짐들을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혼자서 하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거울을 걸기 위해 못과 망치를 꺼내 들었다. 생전 해 본 적 없는 못질을 하고 있노라니 못과 망치가 따로 놀았다. 한참을 용을 쓰며 꽝꽝거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나가보니 웬 남자가 온갖 인상을 쓰며 서 있었다.

“누구세...”

“옆집인데요. 좀 조용히 해 주시겠습니까?”

“죄송해요. 제가 방금 이사를 와..."

“그럼 좀 빨리 끝내 주세요. 신경이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좀 예민해서요.”

뭐가 그리 급한지 자기 할 말만 하고 가 버리는 옆집 남자 때문에 이사 온 첫 날부터 기분이 확 상해 버렸다. 옆집 남자의 눈치가 보여서 대충 못질을 하고는 거울을 걸었다.

새벽이 돼서야 모든 정리가 끝났다. 대충 씻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잠자리가 채 낯설기도 전에 깊은 잠에 들어버렸다.

새벽녘. 갑자기 쿵!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났다. 도둑인가? 무서워서 벌벌 떨다가 침대 옆에 둔 아령을 집어 들고는 거실로 나가보았다. 손을 더듬거리며 불을 켜 보니 아까 대충 걸어놓은 거울이 떨어져서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하아. 옆집에 예민 떨던 그 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말.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깨진 거울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야! 급하게 서두르다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뚝뚝 흘렀다. 눈물이 글썽했다. 그 때, 초인종이 다급하게 몇 번이고 울렸다. 보니 옆집남자가 상기 된 얼굴로 서 있었다.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나 싶어 왈칵 짜증이 몰려 왔다.

“무슨 일 입니까?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하. 별일 아니니까 그만 좀 가시죠?”

“정말 별일 아닙니까? 굉장히 큰 소리가...”

“네! 별일 아니에요. 댁이 눈치 주는 덕에 엉망으로 걸어 놓은 거울이 떨어졌을 뿐이에요.”

문을 쾅 하고 닫으려는데 그 남자가 닫히는 문을 막아선다. 이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손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일단 지혈부터 해야겠어요. 잠시만요.”

자신의 집으로 간 옆집남자는 구급약통을 들고 오더니 지혈을 하고는 그럴싸하게 내 상처를 싸매 주었다. 그리고는 거울이 깨져서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거실을 치워주기 시작했다.

괜찮다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소파에 앉혀놓고는 유리 조각들을 하나하나 치워 주었다.

가만히 앉아 옆집남자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머리에 까치집이 그대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옆집남자는 날 한번 올려다보더니 멋쩍게 웃었다.

아무래도 옆집남자 머리에 집을 지은 까치가 내 맘속에도 둥지를 틀 것만 같았다.

- 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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