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리

우리 부서 최 대리는 왜 나만 보면 굳은 얼굴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직원들한테는 미소천사로 불리울 정도로 환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다른 직원들과는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나와 대면할 때면 일 얘기 외에는 절대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관계개선을 좀 해보려고 내가 농담을 던져 보았는데 어색하게 짝이 없이 웃는 그 얼굴을 보고는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차라리 웃지를 말지. 그 뿐만이 아니다. 내가 인사를 건네도 대충 고개만 끄덕하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예의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돌아서기 바쁘다. 나랑 동갑에 같은 대리끼리 좀 친해져 보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 해 봤지만 내게 돌아오는 건 깍듯한 존댓말과 굳은 그 표정이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최 대리는 나한테 이리도 쌀쌀맞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런 최 대리와 출장을 가야 한다니. 하. 정말 싫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우리부서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신입사원 준영씨가 함께 하니 천만다행이다.

최 대리의 차로 움직이기로 한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최 대리는 그 긴 다리를 바삐 움직여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 이 짧은 다리로 그 걸음을 따라가려니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그 때 준영씨가 내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최 대리에게 농담 삼아 한마디 한다.

“최 대리님! 숙녀 분을 모시고 가는 데 너무 예의 없으시다. 한유미 대리님 예쁜 다리에 알 생기면 최 대리님이 책임지세요!”

하고는 나와 팔짱을 끼고는 보폭을 맞춰 걸어준다. 역시 귀염둥이. 준영씨의 말을 듣고는 돌아보는 최 대리. 역시 표정이 굳어 있다. 저러다 돌이 되겠다 싶다. 그래 간다. 가! 나는 아까보다 더 빨리 걸음을 재촉해서 마치 경보선수가 된 것 마냥 최 대리의 뒤를 따라간다.

화가 난 듯 차에 타고는 문을 꽝 하고 닫아버리는 최 대리. 아주 문을 부숴라 부숴.

앞자리에 타면 멀미를 한다는 준영씨 때문에 내가 조수석에 앉게 되었다. 그냥 뒷자리에 준영씨와 함께 탈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차가 출발해 버렸다. 멀미 때문에 준영씨는 잠들어 버리고 차 안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그 때 최 대리가 입을 열었다.

“좀 조심하시죠?”

“네? 뭘요?”

“아니. 준영 씨야 뭘 몰라서 그런다지만, 유미 씨는 그러면 안 되죠. 팔짱끼고 스킨십 하는 거 막 받아주지 말라고요. 다 큰 성인남녀가. 보기 안 좋습니다.”

이 무슨 조선시대 선비 같은 말인가? 더 이상 듣고 싶지도 대꾸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어색하다 죽을 거 같아서 라디오라도 틀어볼까 하고 손을 뻗는데 최 대리와 손이 맞닿았다. 재빨리 손을 치우는 최 대리의 표정이 또 굳어져 있다. 저렇게 손끝만 닿아도 싫을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늦은 저녁이 돼서야 모든 업무가 끝이 났다. 최 대리와는 한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데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꼭 먹어봐야 한다는 준영씨 탓에 셋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얘는 눈치가 없는 게 흠이다. 닭갈비집에서 준영씨 혼자만 신이 나서 재잘거리고 나와 최 대리는 입을 꼭 다문 채 식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철없이 떠들어주는 준영씨가 고마웠다. 그런데 준영씨가 전화를 받고는 근처에 사는 친구가 만나자고 했다며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뜬다. 역시 눈치가 없다. 최 대리랑 같이 밥을 먹었다가는 체할 것 같아서 이만 갈까요? 하고 말하니 식사만 하고 가잖다. 주변의 소음도 우리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을 어찌하지 못했다. 나와 최 대리는 그저 묵묵히 밥만 먹었다. 순간 같은 반찬을 집었는데 또 최 대리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 얼굴을 보니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른다. 진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나는 그냥 솔직하게 최 대리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최 대리님 제 어디가 그렇게 싫으세요?”

“네?”

“우리 이렇게 된 거 그냥 툭 터놓고 말해요. 어디가 싫으세요? 그냥 제가 싫으세요?”

“아... 아닙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나는 그간에 서운했던 일들을 구구절절 말했다. 자존심이 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내 얼굴에 뜨겁게 열이 올랐다.

내 말을 들을 최 대리는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작게 대답했다.

“......해요.”

“네? 뭐 한다고요?”

눈을 질끈 감은 최 대리는 갑자기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좋아해요! 좋아한다고요. 유미 씨.”

놀라 쳐다 본 최 대리의 얼굴이 불판 아래 숯덩이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유민아 (포토 by Maya83)

* 북팔웹소설 : novel.book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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