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너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

원래 골랐던 영화는 이 영화가 아니라 <블러디 쉐이크>란 좀.. 쎈.. 영화인데요,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보고 나니 정신이 피폐..해져 도저히 추천 영화로 올리지 못하겠다 싶어 급 심신의 안정을 위해 요 영화를 찾아 봤어요. 자극적이고 잔인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적나라한! 거친 삶에 지친 여러분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을 소개합니다.

지상 마을엔 곰이 살고 지하 마을엔 생쥐가 살아요. 지상에 떠도는 이야기는 '생쥐는 집에 들여선 안 된다.' 지하에 떠도는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곰은 생쥐를 다 잡아 먹는다' 이건 말 그대로 같은 시간 속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거죠.

주변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하잖아요. 제 주변의 친한 친구들은 성향이 좀 비슷해요. 다 다른 사람인데 어떤 맥락에서 이미지가 다들 비슷하죠. 그 얘기를 꼬아보면 저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상의 스펙트럼이 딱 그 만큼이란 생각을 해요. 정말 다양한 사람과 친구를 맺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사람이 못되는 거에요. 편하지 않은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끝까지 편해지지가 않아요. 다르다는 것이 익숙해지긴 정말 힘든 일인 거 같아요.

다르다는 것은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자라온 환경이기도 하겠죠. 부모가 자식의 배우자를 바랄 때, 이왕이면 또래로, 이왕이면 동향/국적의, 이왕이면 같은 종교로, 이왕이면 유사한 학력의, 이왕이면 비슷한 경제적 수준을 바라는 것은 그것이 확률적으로 (행복이라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잘 살 거란 기대 때문일 거에요. 다르게 살아온 타인의 가족이 된다는 건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니깐요. 본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니깐. (저 왜 이렇게 진지해지죠...??)

​영화는 다른 세상에서 살던 곰과 생쥐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에요. 어네스트는 배고픈 거리의 악사 곰 아저씨고요, 셀레스틴은 치과 의사가 되기 보다는 그림을 그리고픈 꼬마 생쥐입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알고 지낸 주변 사람들이 달라도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아낍니다. 오랜 시간 다르게 자라며 세뇌된 서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악몽이 되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들은 편견을 이겨내고 눈 앞의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거에요. 그냥 너는 너.

​(근데요, 제 못된 심보 탓에 드는 생각이겠지만. 이 둘이 친구가 되는 데엔 그들이 다름을 포용하는 마음 씀씀이가 컸다기 보다는 그 둘 다 각자의 세상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외톨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어네스트가 거리의 악사가 아니라, 버클리 음대 쯤 나와서 방송 출연 빵빵하게 해가며 여기 저기서 모셔갈려고 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보아요. 그런 그가 지하 세계 그림을 그리고픈 꼬마 생쥐를 만날 일이나 있겠어요. 셀레스틴도 마찬가지죠. 주변에서 셀레스틴의 그림을 보고 다들 좋아해. 그래 너는 치과 의사가 아니라 화가가 되는 것이 좋겠다 막 응원해. 그들의 응원에 고무된 셀레스틴에게 저 멀리 지상 세계에서 곰 아저씨가 응원 한 마디 더 보탠다고 의미있을까요. 우쭐함이나 한 숟 더 얹는 걸지도 모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직전에 본 <블러디 쉐이크> 탓이에요. 사람을 삐뚤게 만드는 그런 영화랄까.)

사실 착하게 흐르는 스토리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소묘톤의 그림이에요. 대개의 애니메이션 특유의 빠른 화면 전환과 원색의 강렬함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죠. 거기에 렛잇꼬 노래 한 번 얹어주고 얼음 계단을 뛰어다니며 두 팔을 벌리면 엄마 나도 엘사~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네요. 요 영화는 좀 달라요. 포스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듯이 잔잔하고도 따뜻한 색감은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어네스트의 느긋한 목소리까지 저의 취향 저격. 전 세계를 강타한 <겨울왕국> 탓에 모든 애니의 정석은 렛잇꼬가 되어 버린 거 같지만, 여기 또 다른 모습의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하나 더, 요 작품은 자막, 더빙 두 가지 버전이 다 서비스 되고 있는데요. 저는 이왕 애니메이션 고르셨다면! 더빙 버전으로 강력 추천드립니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에 기대 인지도를 높이기 보다 베테랑 성우를 두어 목소리 연기가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아니, 영화의 몰입도를 훨씬 높여 줍니다. 도가니의 그 쌍둥이 교장선생님 장광(ㅎㄷㄷ)아저씨와 겨울왕국 안나 목소리의 주인공 박지윤씨여요.

내일이면 긴긴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되네요. 이 얼마나 기다리던 연휴던가요! 일상에 지쳐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 하루에 지쳤던 고객님들! 연휴 기간엔 천천히 흐르는 따뜻한 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과 함께 편히 좀 쉬시길요. written by 윤

TV에서 Movie까지, hop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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