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고수

조용한 방 안에 시계 소리만 째깍째깍.

나는 멍하게 휴대 전화만 쳐다보고 있다. 방금 그녀에게 뭐하냐고 물어본 지 지금 정확히 2시간 30분이 지나갔다. 얼마 전만 해도 퇴근을 하자마자 내게 전활 걸어 수다를 떨고 있었을 그녀의 침묵이 어색하다. 보통은 친구를 만난다거나 일하는 중이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둘 다 틀렸다. 그녀는 지금 내게 밀당을 하는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몇 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꽤나 예쁘장한 외모의 여후배와 조우한 후로 질투심이 극에 달한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장난을 좀 친 게 실수였다. 영락없이 고양이상에 그녀가 내게 질투심을 내비칠 때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괜히 짓궂어진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는 그 여후배에 대해 남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의 고수로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보태서 소개를 한 것이다.

나의 말에 생각이 잠겨 그녀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곧 급한 일이 생겼다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그 후로 지금까지 연락도, 만나주지도 않는 것이다. 무슨 꿍꿍인지는 알겠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치다 싶다.

열 번이면 열 번 내가 먼저 연락하고, 그 열 번에 한 번은 묵묵부답. 네 번은 읽고 씹으며 다섯 번은 5분에 한 번씩 대답을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 융통성 없는 처자는 급한 일로 연락을 해도 이 모양이니 이젠 귀엽다 못해 확 깨물어버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정말 그리 바쁜 건지 그녀의 동생에게 물어보니 언니가 어딘가 모르게 우울해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 우리가 헤어진 줄 알았단다.

바보 같아 웃음이 나온다. 나름 밀당 하신다고 애를 좀 쓰시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나는 꽃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꽃다발을 들고 그녀의 집 앞으로 찾아간다.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네자 웃을락 말락 최대한 새침해 보이려는 얼굴이 재밌다. 반가운 마음에 그녀를 안고 싶어져 안으려하자 그녀는 움찔 하다가 매섭게 쳐낸다. 아, 이건 좀 서운하다.

“나 쉬운 여자 아니거든?”

“누가 쉽대, 너 보니까 좋아서 이러지.”

“흥, 그러셔?”

좀 기분이 구겨져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내 얼굴을 본 그녀는 눈치가 보이는 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짝 안는다. 이건 뭐 고양이를 기르는 느낌이다.

순간 그녀의 벨소리가 온 동네에 퍼진다. 슬쩍 화면을 훔쳐보니 ‘나의 민준 씨’라 떡하니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 수줍게 웃어가며 통화하는 그녀를 보자니 목에 뭔가 딱 걸린 것처럼 기분이 더럽다. 나는 곧 전화기를 뺏어 고함을 지른다.

“이 사람 누구야? 너, 혹시 이 남자랑 만나느라 연락 없었냐?”

나의 행동에 그녀는 놀라 눈물이 고인다. 이 모든 것이 내 실수다. 처음부터 내가 멍청했다. 이건 골려주려다 누군가에게 뺏기게 생겼다. 하지만 곧 그녀는 정색하며 당당하게 통화 먼저하고 이야길 하자는 것이다.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쓰며 전화를 받은 나는 통화를 마치고 조용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자식은 서로 각별하다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미안. 잘못했어.”

“잘못한 거 알면 뭐해. 너 미워.”

입을 삐쭉거리며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재빨리 일어나 꽉 안는다.

그녀는 말없이 훌쩍거리며 안겨있다 말을 꺼낸다.

“근데, 나 진짜 밀당 잘 하지 않아?”

- 송현수

* 북팔웹소설 : novel.book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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