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단점

누나는 내게 완벽한 여자다. 과외 선생님으로 만난 누나는 내게 선생님이자 제일 친한 친구였고 여신이었다. 단한번의 눈웃음으로 나를 함락시키고 지금까지 날 지배하는 여자는 우리 어머니 이외에 누나가 유일하다. 거의 십년 차이가 나는 스승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요하게 쫒고 쫒아 손에 얻은 나는 영원한 사랑을 할 셈이다. 셈이었다.

나는 우리 누나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환상은 단숨에 깨져버렸다. 누나는 이슬이라는 이름의 알콜과 육식 없이는 못사는 여자였다. 그건 괜찮다. 하지만 내가 질색하는 생간은 왜 먹는 것인지 알 수 가 없다. 그것도 모자라 몸에 좋다는 이유로 피가 떨어지는 생간을 억지로 입안에 밀어 넣기까지 하다니.

결국 그 날의 마무리는 진한 포옹과 달콤한 키스가 아닌 살인적인 구토로 끝이 났다.

문제는 그 날 이후로 자꾸 누나의 단점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나는 몇 주 전 함께 점심 먹고 간 카페에서 대문 이에 고춧가루가 끼어 내 농담에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조선시대에서 왔나 싶을 정도로 내외를 하던 누나가 많은 인파 사이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헤헤 거려 심하게 당황한 날도 있다.

도도하고 학생들을 선도하는 여신님인 줄 알았는데. 요즘 누나가 너무 낯설다. 때로는 내가 너무 편해졌나 싶고 누나에게 더 이상 남자로 보이지 않는 건지 살짝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베시시 웃으며 부끄러운 듯 버블티만 쪽쪽 빨아먹는 누나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 못해 죽겠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동그랗고 귀여운 저 눈에 스모키 화장을 한답시고 까맣게 칠을 해서 팬더 뺨치게 번져있고, 입술엔 빨갛게 칠을 해서 엄마 립스틱 훔쳐 바른 아이처럼 어색하다. 일이 많아서 바쁘고 힘들다더니 저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왜 내 여자 친구를 내 여자 친구라 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억지로 웃으며 누날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툭 친다. 보니 직장 상사가 서 있다. 인사를 하고 상사에게 누나를 소개하는데 너무 민망하다. 왜 그런 화장을 하고 나온 건지 누나가 미워진다. 상사는 히죽 웃으며 누나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사라진다. 그 행동에 누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저 사람 왜 저러냐고 묻는다. 솔직히 오늘 화장이 이상해 창피하다고 말하기 싫은데 내 마음도 모르고 자꾸 재촉하는 누나 때문에 점점 짜증이 올라온다.

“그만 좀 해.”

“그러니까 뭐냐고. 말을 하면 되잖아.”

“아, 진짜! 너 오늘 화장 완전 이상해. 그래서 그런 거야. 됐어?”

누나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원망의 눈초리로 쏘아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뒤 쫒았지만 보이지 않아 계속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집을 찾아가 볼까 하는데 누나가 몇 동, 몇 호에 사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상가상 순간 누나가 왜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온 것인지 감이 왔다. 전에 함께 본 영화의 여 주인공 모습이 섹시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게 생각 난 것이다. 이제 보니 나는 내 마음만 앞세울 줄 알았지 누나 기분 같은 건 생각지 않았던 최악의 남자 친구였다.

처음 사랑을 키워 갔던 마음이 변해 내 기준으로 누날 판단했던 내가 한심스럽다. 말로만 여신님, 여신님 했지 내 태도는 전혀 그렇기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내게 자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가감 없이 보여주려 한 누나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음 날, 밤을 새워 반성을 하고 누나를 만났다. 미안한 마음에 누나의 얼굴을 바로 볼 수 가 없다. 준비했던 사과의 말도 내 마음을 표현한 반성문 격의 편지도 건네기 어렵다. 머뭇거리며 앉아 있는데 누나가 말한다.

“반성했다는 말 하려는 거지?”

“응. 근데 어떻게 알았어?”

“난 니 얼굴만 봐도 알아.”

울컥 미안함이 눈가에 맺힌다. 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 했는데 정말 여러 번 찌질함을 어필하는 내가 싫다. 나의 이런 모습에도 누나는 나를 포근히 꼭 안아준다. 바로 이거다. 다른 누가 아닌 누나에게 내 사랑을 올인했던 이유. 그것은 내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고 감싸주는 사람이라는 것. 그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이제 나는 결심한다.

반드시 소년의 사랑을 뛰어넘어 누나에게 남자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리라고.

- 송현수

* 북팔웹소설 : novel.bookp.al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에서 "북팔" 검색)

북팔웹소설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