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의 연속성

성인이 된 이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것은 기껏해야 군 시절 정도였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니든, 직장을 다니든 나는 하루하루 다른 패턴으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요즘에 눈을 뜨는 시간은 보통 8시~12시 사이이다. 물론 더 늦게, 혹은 더 일찍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특별한 일, 예를 들면 아침 일찍 누군가를 만나야하거나 아침까지 술을 마셨거나 하는 사정이 있을 때만 그렇다.

눈을 뜨고 나면 먼저 담배를 피운다. 소파에 앉아서, 혹은 변기에 앉아서 한 모금의 여유를 즐기고 있으면 슬슬 잇몸이 간지러워진다. 그러면 곧 양치질과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로션을 비벼 바르고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다.

팬티만 입고 옷장 앞에 서면 뭘 입어야 할지를 우선 고민한다. 여기서도 특별한 일, 그러니까 정장에 구두 차림으로 나타나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청바지를 가장 먼저 꺼내 입는다. 그리고는 나그랑 티셔츠, 혹은 단색의 셔츠를 걸쳐 입고 요즘은 보통 가디건이나 니트를 겹쳐 입는다. 아직은 추위가 물러가지 않았으니.

옷을 다 입었다면 이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소파에 앉아 깨어있는 동안 처리해야할 일을 정리하며 담배를 피운다.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체크하기도 하고, 혹은 다이어리에 적인 스케줄을 확인하며 가장 먼저 이동해야할 곳으로 가는 길을 알아둔다.

담배를 세 대쯤 피우고 물 잔이 비면 몸을 일으켜 싱크대에 컵을 넣어두고 외투를 입는다. 요즘 즐겨 입는 외투는 역시 빨간색 야상이다. 회색 자켓이나 까만 패딩을 입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야상을 입는다.

아침, 혹은 점심을 걸렀으니 2시나 3시쯤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는다. 브런치라고 부르면 꽤 괜찮아 보이지만, 그냥 허기만 채우는 음식들을 쑤셔넣는 게 보통이다. 밥을 먹고 나면 다시 담배를 피우고, 오후에 가야할 곳을 향한다.

하루가 끝나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8시~11시 정도에 집으로 돌아온다. 나갈 때와 역순으로 외투를 벗고, 물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옷을 벗고, 양치질과 샤워를 한다. 그리고 다시 담배를 피우고는 오차즈케나 누룽지탕 같은 것을 먹고 잠든다. 잠드는 시간은 1시~3시 사이 정도이다.

서두에 말했듯 나는 군 시절 이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주욱 써놓고 보니 내가 봐도 굉장히 규칙적이고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중 대다수는 자신의 매일이 똑같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아마 우리가 자유롭다고 여기며 동경하는 이들도 대개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행자는 매일 비슷한 일상을 다른 장소에서 지낼 뿐이며, 예술을 한다고 해서 하루하루가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해 뒤틀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피하기 위해 우리가 주로 선택하는 것은 여행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 즐거운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지겹게 느껴지는 일상도 여행만큼이나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로운 삶이란, 어쩌면 단지 불규칙의 연속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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