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VAIO 스마트폰

소니의 옛 노트북 브랜드 ‘바이오(VAIO)’는 한 때 지금의 애플 맥북프로와 같은 지위를 누렸습니다. 과거 IBM의 싱크패드 T시리즈와 함께 고급 노트북의 대명사였던 바이오는 저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죠. 하지만 바이오는 마켓쉐어를 늘리기 위해 브랜드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저가모델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마침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노트북 시장이 위축되면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지도 못하게 되었고, 당초 목적이었던 마켓쉐어 확장이 실패하며 소니는 마침내 지난해 2월 PC사업부를 매각했습니다. PC라는 주축을 떼어낸 바이오 브랜드는 소니에서 분사되었고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 개발을 발표해 과거 바이오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달 12일 바이오 브랜드 최초의 스마트폰인 ‘바이오폰’이 발표됐습니다. 발표 전부터 공개된 스펙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에 1.2GHz 쿼드코어 스냅드래곤 410, 2GB램과 16GB 내장메모리, 1300만 화소 후면/500만 화소 전면카메라. 너무도 뻔한 저가 모델이었죠. 바이오 특유의 하드웨어적 기술력, 예컨대 밀도가 느껴지는 만듦새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바이오라는 이름에 너무 많은 걸 바랐던 걸까요. 모습을 드러낸 실물은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바이오의 입장에서도 소니의 적자인 엑스페리아를 상회하는 모델을 내놓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할테지만요. 이 폰의 가격은 아이폰6의 절반 수준인 5만1000엔. 저가 SIM카드 서비스를 하는 일본통신과 공동 개발했습니다. 일본통신이 이 폰의 출시에 맞춰 내놓은 전용 SIM을 이용하면 24개월 분할납부로 월 2980엔(할부금+음성통화 종량제+데이터통신 1G)에 살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바이오 폰은 과거 노트북 사업에서 걸었던 실패 사례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일본에서도 바이오폰에 대한 반응은 차갑습니다. 이 폰은 바이오에서 직접 제조하지 않고 디자인만 담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나마 기대를 했던 바이오 마니아들도 고개를 내젓고 있습니다. 더욱 냉정하게 반응한 건 주식시장 투자자들이었습니다. 바이오폰의 발표회 당일. 일본통신의 주가는 전일(605엔)에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13시 반 무렵 634엔까지 올랐지만 발표회가 끝난 14시경부터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7.6% 감소한 559엔. 12일 도쿄증시 상장 증권 중 하락폭도, 거래량도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주식시장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 관심도 컸고 실망도 컸던 셈이죠. 그래도 여전히 기대를 하게 되는 게 얄궂네요. 바이오가 작심하고 과거 Z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나을까요.

From Tokyo 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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