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과학도서 10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선정)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나온 과학책 중 선정

국내 저자의 책이 6권이고 해외 저자의 책이 4권이네요.

1.4 킬로그램의 우주, 뇌

과학의 민중사

다윈의 서재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센스 앤 넌센스

양자혁명

우리 혜성 이야기

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명현의 별 헤는 밤

통찰의 시대

선정위원 총평 중 아래 문장이 크게 다가옵니다.

"문ㆍ이과 통합 교육이 강조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어차피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한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과학에 대해서 새롭고 깊이 있는 지식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대중을 위한 과학책이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책에 대한 선정위원의 서평

(출처: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http://www.apctp.org)

신경과학은 뇌의 이해를 목표로 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뇌는 겨우 1.4킬로그램에 불과한 작은 기관이지만, 이를 이해하는 데는 세포를 무대로 하는 분자들의 수준에서 개체와 집단의 행동에 이르는 실로 광대한 범위에서 관련된 기전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경과학이 생물학을 포함하는 수많은 학문분야들의 협력을 요구하는 학제간적 성격을 갖는 것은 필연이며, 이런 처지에서 현대 신경과학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기가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세 명 연사의 연강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신경과학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의 발생과 노화, 우리의 의사결정 방식, 그리고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동 등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례들과 기발한 접근방법들에서, 독자는 현대 신경과학의 첨단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전달되는 지식 자체보다는 청자가 얻는 영감에서 명강 여부가 판단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신경과학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입문서는 드물 것이다.

과학의 역사는 갈릴레오, 뉴턴, 라부아지에, 다윈,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남긴 업적으로만 점철된 역사인가? 과학사를 전공했고 1960-70년대에 “민중을 위한 과학” 운동에 영향을 받았던 클리퍼드 코너는 오랫동안 왜 과학사가 위대한 과학자들만의 역사이어야 하는가를 질문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의 민중사>에 담았다.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위대한 과학자들이 아니라 수렵꾼, 사냥꾼, 농부, 뱃사람, 광부, 대장장이, 동네 의사, 산파 등의 활동과 이들의 지식에 주목한다. 과학이 자연에 대한 지식이라면, 과학은 자연을 직접 대하면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름 없는 노동자들과 장인들이 축적한 지식과 기술적 진보가 근대과학의 초석이 되었음을 보여주면서, 17세기 이후에 과학이 점차 엘리트화 되었음을 비판한다. 조금 극단적인 주장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이 지금까지 천재과학자들의 업적에만 치중한 과학사의 서술에서 균형을 잡아줄 좋은 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장대익은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에서 “과학은 이 시대의 핵심교양이다”라고 주창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핵심교양’을 어떻게 지식인과 대중에게 전달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또 다른 책으로 엮는 행동이 바로 장대익의 특별한 미덕이다. 장대익은 <다윈의 식탁>을 통해 온갖 진화이론의 내용, 이론의 뿌리, 그리고 이론 사이의 모순과 갈등을 마치 과학자들의 대담처럼 꾸며내는 데 성공했다. (성공이 지나쳐 책에 나오는 대화가 실제로 있던 사건이라고 착각한 원로학자들도 있었다.)

이번에 나온 <다윈의 서재>는 생명과 우주에 관한 책을 장대익의 시각으로 본 서평집이다. 독자들은 책에서 핵심교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경험하게 된다. 다음 책의 제목은 혹시 <다윈의 정원>이 아닐까?

서양과학으로서 한국의 물리학은 양자역학을 개척한 슈뢰딩거가 명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이후에야 태동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의 명예교수인 장회익 선생은 한국의 제1세대 물리학자이다. 한 물리학자로서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수십 년에 걸친 그의 성찰은, 우리가 흔히 생명의 단위로 여기는 개체(‘낱생명’)들을 넘어서는, 이 모든 개체들과 개체들이 놓인 주변의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온생명’의 개념으로 정립된 바 있다.

더 나아가 그의 성찰은, 생명의 본질을 온생명으로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개체적이고 부분적인 존재를 벗어나서 스스로를 온생명의 주체로 느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으로 이어진다. ‘나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지어 나가고 있다’고 제언하는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해를 얻은 우리의 삶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설파한다.

‘진화’만큼 대중적인 과학 아이콘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진화론에 관한 책은 넘쳐나지만 정작 진화론을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은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진화론에 관한 논의는 ‘이기적 유전자’와 ‘통섭’의 한계에 갇혀 있으며, 대중은 책과 저자에 대해 ‘환호’ 아니면 ‘적의’로 대한다. 하지만 과학이 어디 그러한가! 과학은 의심, 데이터, 비판, 토론이 아니던가!

런던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케빈 랠런드는 인간 행동에 관한 각종 진화론적 설명을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넓은 공간을 자아내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번에 나온 책은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지만 초판은 이미 2002년에 나왔다. 우리나라에 너무 늦게 소개된 책이다. 약사 출신인 양병찬의 번역은 외국어가 어떻게 옮겨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지옥에 가면 양자역학교수들을 위한 특별교육이 있다네. 매일 10시간씩 반드시 고전물리학 강의를 들어야 하지.” - 에렌페스트

양자역학은 아주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이론에 적대적인 고전물리학자들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했기 때문이다. 반대자의 선봉에는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이 있었다. 심지어 양자역학을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일부조차 반대진영에 가담했다. 전쟁은 반대자가 모두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양자역학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두가 동의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이런 흥미진진한 양자역학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아주 많다. 만지트 쿠마르의 <양자혁명>은 이 주제에 대한 아주 모범적인 책이다. 2014년 국내 출판된 양자역학 책 하나를 고르라면 이것을 고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우리는 혜성을 통해 근대와 현대 천문학이 발전하는 모습을 목도하며, 혜성의 기록과 인간의 역사, 우주와 과학이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있던 우리 선조의 나라들이 고도의 문명국가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근대 과학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천문학은 분명 존재했으며 일정한 수준을 이루었다. 더구나 혜성과 같은 특별한 현상은 천문학을 넘어 역사 속에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서 때로는 인간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과학과 역사의 재미를 고루 느낄 수 있는 드문 책이자, 한학과 현대의 천문학을 모두 익힌 저자가 아니었으면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어려웠을 소중한 책이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의 팽창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두 연구팀을 이끄는 천문학자들인 솔 펄머터, 브라이언 슈미트, 그리고 애덤 리스 세 사람의 천문학자에게 주어졌다. 이들의 관측 결과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우주의 모습을 뒤엎는 놀랍고 새로운 결과다. 이로서 우리가 우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지식과 사고방식은 크게 수정되었으며, 암흑에너지라고 불리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 중요한 발견을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소개해 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저자들이 현대의 중요한 연구 결과를 직접 소개하는 책이 부쩍 눈에 띈다.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이 책도 그 리스트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책이다. 다만 왜 책 옆면을 부담스럽게 핑크색으로 칠해놓았는지는 수수께끼다.

손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명현은 크로스로드 편집위원이라 선정회의에서 부담스런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였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은 (크로스로드 내부위원이 빠진) 추천위원들의 최다 득표를 받았고, 선정에 아무 이의도 없었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헤다’는 헤엄치다는 뜻으로 이명현은 별을 헤엄치는 시인의 마음으로 이 책의 글들을 써내려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을 과학자가 쓴 시적인 책이라고 하기엔 아까운 느낌이 든다. 아마 시인이 쓴 과학적인 책이라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우리는 시집 한 권을 올해의 과학도서로 선정한 셈이랄까. 우주를 노래하는 시집 한 권을 말이다.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우주의 시니까.

1900년대의 비엔나는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창의성과 상상력이 폭발했던 도시였다. 그곳에서는 유태인에 대한 차별도 없었고, 예술가와 철학자는 과학자와 어울렸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쳤고, 슈니츨러는 문학에서 청년 빈파를 창설했으며, 슐리크는 비트겐슈타인과 카르납 등을 규합해서 20세기 철학의 새 장을 연 비엔나 서클을 만들었다. 클림트, 코코슈카, 에곤 실레 같은 빈 모더니스트는 내면을 깊숙이 응시하는 새로운 초상화의 화풍을 발전시켰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캔델은 20세기 초엽에 이렇게 지적 활력이 넘치는 비엔나에서 자랐고, 나찌의 박해를 피해서 미국으로 건너와서 뇌과학자가 된 사람이다. 그는 기억의 비밀을 규명한 연구로 2000년에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 책은 그의 어린 시절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20세기 초엽의 비엔나라는 도시의 지적인 역동성을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비엔나의 예술, 과학, 철학을 하나의 내러티브 속에서 통합하고,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창의성을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바꾸어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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