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예술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 정연희

http://blog.naver.com/thsgysmd123/220235435780

1. <예술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의 원제목은 <우리의 고등학교들이 왜 예술을 필요로 하는가>입니다. 아마 출판사 입장에선 원제로 했다가는 책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고 판단하여 약간의 수정을 가한 거겠죠. 오늘날 어떤 청소년이 이런 책에 관심을 보이겠으며, 설사 샀다 하더라도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눈총(돈 안되는 예술에 웬 관심?)을 받아야만 하겠죠. 2.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일반교과과정에서 예술교과를 정식 포함하자는 식의 억지를 부리기보단 '예술의 삶은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어 그들이 자발적으로 깨닫게끔 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3. 제가 독서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붙인 건 대학에 들어와서입니다만…….읽을 때마다 매번 학생 때부터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녔던 중고등학교 교내 도서관은 미흡하다 못해 없는 것만 못했고, 선생이라는 사람들은 매번 내신에 도움이 되는 공부나 하라며 지껄이니 자연스레 독서와는 벽을 쌓을 수밖에 없었죠. 삶에 예술은 왜 필요한가. 우선 언급해야 될 한 가지 사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혹 남은 잉여시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를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끽해봐야 예능을 보거나 게임, SNS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곤 하죠(비꼬는 게 아니라 제가 말하는 건 이로운 수준을 넘어 행위적으로 중독이 된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예능, 게임, SNS을 하는 데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제 입장에서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있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 분야에 있어 주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지못해 킬링타임으로 시작되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고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건 비단 그들 개인의 문제이자 책임일까요. 원형감옥과도 같은 틀 내에서 싸우고 또 싸워 좋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떨어지는 건 대학 간판(그마저도 극히 일부만이 가질 수 있는)뿐. 정작 20년을 살아온 본인은 껍데기뿐인 인간인데, 정말 올바른 시간이었을까요. 이런 여러 연유로 필시 예술은 우리 삶의 일부로서 자리 잡아야한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시죠. 아이들이 게임에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며 '셧다운제'를 시행 및 강화하는 것보다 그 방황하는 열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 길을 만들어주는 게 어른들의 몫 아닌가요. 성적과 관련이 되지 않은 모든 행동을 '비효율적'이라고 규정짓고 무가치하다며 형성된 오늘날의 공감대는 분명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 10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약 5년 정도의 수명이 증가한다고 하는 21세기에선 반드시 예술일 필요는 없지만 각 개인은 흥미 혹은 적성이 최대한으로 발현된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명은 길어지고, 정년 나이는 끽해야 5년 정도 증가하는 오늘날, 은퇴 이후의 삶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어떤 '무언가'를 기반으로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 '무언가'는 새로운 직업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될 수도 있고, 시간의 흐름을 무시한 채 끊임없이 흥미와 열정을 돋우는 존재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년간 공부만 열심히 해서 대학에 입학한 친구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듯,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게 된 뒤에 삶 역시 아무런 계획이 없다면 방황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우린 그 '무언가'를 찾는 과정을 한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며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닌, 우리가 필수적인 교육을 받는 과정 속에서 기본을 지키되 타분야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을만한 길이 제시되어야 보다 강력한 문화와 건강한 사회가 형성되지 않을까하는 게 제 막연한 망상입니다. 5. '주입식 교육'이 나쁘다는 주장을 많이 하지만, 사실 조금만 비틀어봤을 때 이는 평준화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기에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시에 단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모든 학생이 동일선상에서 시합을 하고 순위를 뽑다보니 제각기 지니고 있는 특별한 재능은 사장된 채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과외’, ‘더 좋은 학원’을 통해 ‘더 좋은 학교’에 들어서고, 여기서 그들은 또다시 서로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상대적인 잣대를 들이밀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시대가 변했다한들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나아가고 싶은 꿈은 100개 직업군 내로 한정되어 있고, 솔직히 이 외엔 대부분 돈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인지라 참 난감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입시 인원은 감소하여 등록금 의존율 90%이상인 4년제 대학은 하나 둘 사라질 예정이라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많이 생겨난다더군요. 물론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부추기고 모두가 엄청나게 머리가 좋은 탓에 우월한 인재뿐인 대한민국에선 아무도 중소기업을 안 가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정말 작금의 교육방식이 옳은 것일까요. 레이스의 코스 종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레이스 외에 다른 여러 시도가 있어야 비로소 학생들로 하여금 백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완성되어 진정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는 않을까요. 6.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아시아권에서 더욱 필요한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과과정을 뜯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자신을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성숙한 문화가 창조될 수 있는 그런 밑거름정도는 형성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사람이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는 게 왜 중요하냐고요?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개인만이 지닐 수 있는 그 개성이 발현될 수 있으리라고 전 믿기 때문입니다. 대학 신입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무슨 전형으로 들어왔어?" "몇 등급으로 합격했어?" "어디 (고등)학교 다녔어?" 대학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정말 질리도록 듣게 되는 질문 중 일부입니다. 지금까지 우린 너무나도 유사한 환경에서 크고 경쟁했기 때문에 솔직히 한 개인을 구별지을만한 아무런 개성이 없기 때문이죠. '어차피 얘나 나나 지역만 다를 뿐, 죽어라 공부해서 들어왔겠지……'가 일반적인 그림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위처럼 뻔한 대화 패턴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널 뭘 좋아해?" "넌 어떤식(어떤 재능)으로 대학에 들어왔어?"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아마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대학이라면 매 순간이 새롭고 설렜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인생과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되면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속한 틀에서 벗어나 그 영역을 급속도로 확장하게 될 것이고, 그 조화의 과정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설사 그것이 제 괴상한 망상일지라도 짜릿 하곤 합니다. 7. 저자가 한결같이 예술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만약에'라는 가정을 할 줄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점에서 벗어나 '왜?' 혹은 '만약에'를 통해 개념, 공간, 언어, 사물을 비틀어보는 훈련을 통해 새로운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음으로는 감정에 대해서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리뷰를 쓸 때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오늘날까지 사회는 '감정적'인 것에 대해 나약한 자의 전유물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진정으로 마주보고 이해할 줄 사람이야말로 진실하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날 우리사회가 한없이 외롭고 불신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인과응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다의성. 다시 말해 자유로운 해석에 대해서입니다. 이건 저 역시 이번학기에 비평관련 강의를 수강하면서 체득한 거지만 동일한 사물이더라도 이를 뒤집고 비틀어서 해석할 줄 아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더군요. 흔히 작품을 보면 먼저 설명부터 들어야 답답함이 풀리는 분들(저?)이 계시는 데, 그 이전에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그 속에 감정을 부여하는 훈련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자그마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마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가 좋은 표본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과정지향성. 물론 한국에선 과정보다는 결과주의가 만연해 있고, 실제로 그에 대한 비중을 높게 두고 있으므로 과연 이런 게(과정지향성) 실제로 실천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이루지 못하는 건 곧 모든 걸 잃는다’고 여기는 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도 했던 말 같긴 하지만…… 멕시코는 국토 절반 이상이 고지대로서 해발 평균 2,500미터를 넘습니다. 이정도 높이가 되면 숨 쉬는 데에도 무리가 생길 수 있는데, 정작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고 한답니다. 이처럼 우리 역시 '현재'라는 시간까지 살고, 생활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쳐 왔던(거쳐야만했던) 수많은 경험과 실패는 얼핏 다 덧없어보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주변을 둘러본다면 나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해발 2,500미터 이상으로 올라왔음을 인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없이 과정과 부딪히느라 정작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을 뿐, 분명 먼 곳을 바라보면 원래 내가 있던 땅이 얼마나 아찔한 만큼 낮은 곳에 있었는지 깨달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8. 정리하자면, 이 책은 예술교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신 미술과 춤, 연극 등이 학생들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하는지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으로 이를 대신했습니다. 그렇기에 예술이 제도 앞에서 무력하다거나 비탄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밝은 미래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같아 독자 입장에선 보기 좋았습니다. 9. 거듭 강조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내면 깊이 쌓여 있는 응어리를 분출 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율성을 박탈당한 채 오로지 주어진 틀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하고, 때때로 술이나 게임 등으로만 이를 분출해야하는 사회는 점차 병들어서 끝내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예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와 더불어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주었습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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