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가 49년 만에 서는 전설의 무대, 부도칸(武道館) 이야기

작년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 취소를 크게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일본 공연 티켓을 사 놓고 한참을 설레여하다 공연 당일 공연장까지 가서 공연 시작 예정시간 직전에야 취소가 결정돼 발길을 돌리는 악몽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의 공연 장소는, 지금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스미가오카 국립 육상경기장이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폴은 1964년 도쿄올림픽이 열렸던 이 경기장에 서는 마지막 아티스트로 기록될 예정이었죠. 실망도 실망이지만, 전 세계의 팬들이 폴의 건강을 걱정하게 한 작년의 해프닝이 있은 후로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폴은 약속한대로 4월 한국과 일본에서 재공연을 갖기로 했습니다. 국립경기장은 이미 철거 중인지라 새로운 무대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 도쿄돔을 낙점했습니다. 관중 수용능력만으로 따지자면 요코하마스타디움 같은 월드컵 경기장도 있지만, 역시 도쿄돔은 인기 아티스트들만에게 허락된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도쿄 시내에서 접근하기도 수월한 편이고요. 아티스트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관중 동원력이라고 한다면, 큰 공연장일 수록 이를 입증하기 쉬울 겁니다. 아래는 도쿄를 비롯한 관동 지역 주요 공연가능 시설(평상시 운동경기 용도로 사용되는 경기장 포함)과 관중 수용 가능 수(그라운드까지 객석으로 사용할 경우)입니다. 가스미가오카 국립 육상경기장 : 8만명 (2014년 5월 폐장) 요코하마스타디움 : 7만5000명 도쿄돔 : 5만5000명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 5만명 사이타마슈퍼아레나 : 3만7000명 그리고 인기 아티스트들이 즐겨 서는 무대로는 수용 가능인원 1만5000명이 채 안 되는 일본부도칸(武道館)이 있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이번 일본 투어에서 이 무대에 섭니다. 1966년 비틀즈의 첫 일본 공연 이래 49년 만입니다. 부도칸은 ‘무도관’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전통무예의 진흥을 위해 세워진 경기장입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유도 경기장으로 사용되기 위해 건설됐습니다.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후 비틀즈가 이 무대에 오르게 되자 일부 보수인사들은 ‘무술인의 성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발을 하기도 했습니다.(지금도 살아있다면 자다가도 이불을 걷어 찰 일…)



어쨌거나 당시 비틀즈의 부도칸 공연은 일본에서 사회적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동시에 부도칸은 역사적인 콘서트 무대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1968년 일라이 브라더스, 1972년 딥퍼플, 1975년 퀸 등 전설적인 해외 뮤지션들이 부도칸을 찾았습니다. 부도칸은 항상 무대 중앙 천장에 대형 일장기를 게양해 두고 있는 일본 전통무예 경기장이고, 매년 도쿄대학의 입학식이 열리기도 하는 지극히 일본적인 장소입니다만, 동시에 해외 아티스트들의 상륙 거점이라는 이중적 면모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부도칸의 역사는 일본 내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수나 밴드들에게는 부도칸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게 성공을 위한 통과의례가 됐습니다. 여기에는 아무에게나 공연장을 대여해주지 않는 부도칸 특유의 자존심도 한 몫 합니다. 아무리 수많은 공연을 거쳐 온 아티스트들도 첫 부도칸 무대에 오르면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는 일도 적잖게 있습니다. 무명시절부터 응원해 온 밴드가 부도칸에 서는 건 팬 입장에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입니다. 부도칸에서 공연을 한 아티스트는 대기실에 걸린 색종이에 사인을 하는데, 100번 이상 공연을 한 아티스트는 금색 종이에 사인을 하는 게 허락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금색 종이 사인은 야자와 에이키치, 마츠다 세이코, 후지이 후미야 3명 뿐입니다. 저도 부도칸에서 열린 콘서트를 수 차례 찾은 적이 있습니다만, 사실 음향시설이나 구조가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설계 당시 콘서트 등의 이벤트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비틀즈의 1966년 공연 당시에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좌석도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부도칸에 오르고 싶다’는 아티스트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부도칸에서의 음향기기 설치 노하우가 개선을 거듭했고, 결과적으로는 일본 전역에서 열리는 공연장 음향시설이 부도칸의 노하우를 활용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공연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후 도쿄돔을 비롯해 일본 전역의 주요 도시에 돔구장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5대돔 투어(도쿄,삿포로,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클리어나 요코하마스타디움 매진이 새로운 성공의 좌표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일본의 방악/양악 역사에서 부도칸의 의미는 결코 퇴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폴 매카트니가 무려 반세기 만에 부도칸 무대에 오르기로 한 것도 이를 입증합니다. 저는 1년을 다시 기다린 끝에 다음달 폴의 도쿄돔 공연에 갈 예정입니다. 4월 28일 열리는 폴의 부도칸 공연은 너무나도 가고 싶지만 티켓이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을 것 같습니다. 그에 앞서 티켓값이 엄청납니다. SS석은 10만엔에 달하니까요. 그 외 좌석도 4만~8만엔입니다. 단, 25세 이하에 100명에게만 추첨으로 판매하는 C석은 2100엔에 불과합니다. 이 가격은 1966년 비틀즈 공연 당시 A석 요금과 같은 금액이라고 합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25세는 한참 전에 지난지라… 폴은 “부도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쁘다. 이곳은 내게 언제까지나 소중한 추억의 장소”라고 했습니다. 부디 올해는 무사히 공연을 치르시기를.. ㅠㅠ 폴 매카트니 일본 공연 공식사이트 http://outthere-japantour.com/

비틀즈의 1966년 당시 일본무도관 공연 티켓

From Tokyo 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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