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나라 소설]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방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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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화려한 이력을 갖추고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매번 저자 소개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하였다.’는 얼굴만큼이나 시크한 문구밖에 적혀있지 않은 남자 ‘밀란 쿤데라’. 그런 그가 14년만에 출간한 작품 <무의미의 축제>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 ‘축제’에 대한 유래와 이를 다루는 글은 무수히 많지만(카니발, 산페르민, 마츠리 등) 공통적인 특징은 ‘무언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기린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책 제목으로 ‘아무런 뜻이 없다’거나 ‘값어치나 의의가 없다’는 ‘무의미’와 ‘축제’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독자로서는 시작부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3. 목차를 살펴보니 무슨 연극 대본이라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책 제목이나 목차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일반 책과는 달리 <무의미의 축제>는 반의적 의도였는지 제1부 ‘주인공들이 등장 한다’를 비롯해 ‘알랭과 샤를은 자주 어머니를 생각한다(제3부)’ 등 어째보면 굉장히 무성의하지만, 그렇기에 그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제가 이해를 못했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지만 말이죠). 4. 그런 무식한 목차덕분인지, 책을 읽는 내내 자유롭게 다양한 상상과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독자 개인이 열린 이야기 속에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 시대적 경험과 연륜이 조화를 이루지 않는 이상 이러한 세계를 창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죠. 그렇기에 본문 (1)를 보더라도 제 경우엔 무의미해 보이는 한 마디(“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가 의미 있는 모든 구조와 세계를 붕괴시키고 무의미하게끔 만드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이 책의 화자는 저자이지만, 단순히 화자에서 그치지 않고 창조한 세계에 일정 수준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등장인물 중 샤를은 이런 밀란 쿤데라를 ‘주인’이라고 부르는데, 끝내 그를 왜 주인이라고 칭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더군요. 그저 ‘샤를’에겐 <무의미의 축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니키타 흐루시초프의 <회고록>을 줬다는 점. 그리고 알랭에게 태초와 태아를 일깨우게 해줬다는 점에서 이 세계가 밀란 쿤데라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사실만을 인지 할 뿐입니다. 6. <무의미의 축제> 2부에선 스탈린에 관한 농담이 오가며 사회주의,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풍자적 내용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과거 소련군으로부터 고향을 점령당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권마저 박탈당해 프랑스로 망명해야만 했던 저자는 그간 출간했던 많은 책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 같은 체제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땐 그 수준이 굉장히 경미하지만 그 모습들이 괴기하게 다뤄진 탓에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구어 자발적으로 검색하게끔 만들더군요. ‘풍자’라는 단어를 택한 이유는 본문에 스탈린이 등장하긴 하는 데 무슨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흐루시초프가 출간한 <회고록> 중 화장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네 명의 주인공들은 이를 주제로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각기 해석을 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독자가 이 책에 의미를 부여하듯 말이죠. 7. 읽다보면 이 책이 정말 ‘무의식’의 흐름으로 한바탕 축제를 여는 듯한 느낌도 들더군요. 글을 쓰다보면 어느 순간 본래 의지와 상관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전개가 펼치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 밀란 쿤데라 역시 제1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에서 이들을 창조하는 것 외엔 창조된 그들이 제각기 전하고 싶은 소리를 그저 묵묵히 그려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 질 떨어지는 발언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의미의 축제> 주인공이기도 한 네 명의 인물이 제각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편의 시트콤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때때로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이나 생각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이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이들 모습이 형용할 수 없는 밝은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9. 본문에선 ‘의지에 의해서 표상과 실재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부하들은 하찮은 화장실 잡담(뒷담)의 대상을 스탈린으로 삼으며 점차 그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약화되자 끝내 그는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며 통탄의 외침을 하였는데, 이 대목이 기괴하지만 굉장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10. 이야기가 결말에 다가설수록 점차 네 명의 인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계가 하나 둘 흔들리고 무너지게 됩니다. 과연 저자는 무슨 의도로 이런 전개를 펼친 걸까요. 결국 모든 의미는 반드시 무의미의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책과 영화,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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