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약속,

8월 정도였던 것 같다. 사실 날씨가 더웠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나는 그날의 약속들에 대해 별달리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들로 부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 전화들은 늘 아주 오래된 사건들에 대한 확인으로 시작하여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끝을 맺었다. 나도 서서히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긴 팔 셔츠에 가디건을 걸칠 계절이 되자 그들은 전화를 그만두고 나를 직접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한 여자는 특히 집요했고, 나는 그녀에게 설득 당하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드디어 구스다운을 입게 된 날에, 나는 그들을 따라 나섰다. 언제나 그랬듯 그들은 웃고 있었고, 평소와는 달리 나는 말이 없었다. 차가운 목제 의자에 앉은 뒤로는 더욱 그랬다. 그들이 기도를 시작했을 때는 좀 더 할 말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봄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그들이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도 교회에 나가는 착한 소년이 되어있었고, 심지어는 청년회에도 들어갔다. 두 번째 여름이 왔을 때에는, 급기야 신학교에 가 목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두 번째 봄이 왔을 때 나는 실제로 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거기서 또 두 번의 계절을 겪었다. 주말이면, 사실 주말이든 주중이든, 그 낡은 교회의 차가운 목제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도가 끝나고 나면 늘 이상하게도 담배가 몹시 피우고 싶어졌지만 참았다. 나는 목사가 될 생각이었으니까.

네 번째 겨울, 그러니까 내가 그들과 약속을 한지 4년 째 되던 크리스마스에 나는 어느 교회의 전도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교회 입구에서 넥타이를 풀고 오랜만에 담배를 피웠다. 사표가 수리되었고, 마지막 설교를 했던 나른한 오후였다.

지금도 가끔 십자가가 보이는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들과의 시시한 약속으로 시작되었던 나의 지나간 4년이 생각난다. 꽤 즐거웠고, 적당히 개 같았다. 오해할 수도 있으니 말해두자면 그들이나 교회에 대한 악감정은 전혀 없다. 하지만 개 같은 날들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목제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제 아무리 시시한 약속일지라도, 그것을 지켜야 한다면 섣불리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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